현대그룹 채권단은 현대건설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과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17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됨으로써 채권은행들이 현대그룹에 아무런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본입찰이 끝난 만큼 현대그룹이 MOU를 맺도록 관련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MOU 체결 대상인 현대그룹이 인수 · 합병(M&A)을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신규 투자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면 인정한다는 게 그동안의 채권단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지난 9월 법원이 'MOU 체결을 거부한 현대그룹에 대해 채권단이 공동제재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현대그룹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MOU를 체결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채권단의 공동제재를 문제 삼았을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채권단은 법원에 불복절차를 밟을지는 조만간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법원 판결 이후 곧바로 불복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현대건설 M&A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본입찰 이후로 일정을 미뤘다. 외환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현대건설 채권단이자 현대그룹 채권단이어서 불공정 시비가 일어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채권단과 현대그룹 간 MOU 체결이 흐지부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채권단은 2009년 말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현대그룹을 MOU 체결 대상으로 선정했다. 현대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현대상선이 지난해 57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6조170억원,영업이익 4653억원을 기록해 연말까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이 작년 실적 부진을 근거로 1년 가까이 지난 뒤 MOU 체결을 강요하는 것은 뒷북 제재여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