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풍납동에선 건축이 5층,15m로 제한되고 있습니다. 풍납토성 때문이죠.2종 일반주거지역이라 기준 용적률은 210%지만 실제로는 150%만 적용됩니다. "

이기영 풍납토성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용적률 규제를 풀어주든가,아니면 적정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형건설사 개발사업 담당 임원은 "민간 도시개발사업 등에는 용적률을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밀도나 경관도 고려해야 하지만 법정 상한보다 훨씬 낮은 용적률을 적용받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10%포인트만 올려도 이익이 4% 추가돼 분양가 인하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용적률을 쓸 수가 없어 재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과 쓰려고 해도 쓸 용적률이 없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토해양부가 탄소배출권 거래처럼 용적률도 사고팔 수 있는 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지역별 용적률 수급 불일치를 개선하려는 시도다.

◆문화재구역 · 신개발지부터 시작

국토부는 △국가적 보호대상 공공재 소재지역 △규제가 과도한 곳 △반영구적 규제 지역 △규제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곳 등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지역부터 용적률을 팔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문화재로부터 500m(서울 100m) 이내의 건설공사나 수리 등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문화재보호구역이 대표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주 공주 풍납토성 등 문화재보호구역,종묘 창덕궁 등 세계문화유산지역 등에 우선 적용한 뒤 습지 생태계보호지역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용적률 매입 대상도 택지개발예정지구,시가화예정지구 등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유성용 국토부 도시정책과장은 "최근 개발되는 신도시 용적률은 180~200%대"라며 "법정상한 용적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다른 지역 용적률을 사오면 그만큼 높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제도 취지를 감안해 용적률 상향 요구가 많은 재개발 · 재건축 사업장에도 빨리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 법 개정,개발부담금 보완해야

국토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용적률 거래제 근거를 규정키로 했다. 각종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보완을 거쳐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이르면 내년 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용적률 거래제를 도입하면 기존 개발이익환수제도인 개발부담금이나 기반시설부담금 제도를 그대로 둘 수 없다. 용적률을 사들이면 그만큼 개발이익을 공공에 되돌려주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개발부담금 등을 일정액 깎아주는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국토부는 탄소배출거래소처럼 용적률 거래를 중개하는 기관은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 유 과장은 "용적률이 필요한 사업자가 용적률을 판매할 지역이나 주민과 직접 매매협상을 벌여 개발사업 허가를 신청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검토해 허가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권역을 지자체 내로 정할지,광역단체 간 거래도 가능토록 할지는 검토 중이다.

◆업계 "일감 늘고 사업비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용적률 거래제가 도입되면 건설공사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용적률이 낮아 사업이 안 되던 곳도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건설업계 일감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높은 용적률이 적용되는 종(種)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하려면 기부채납은 물론 엄청난 로비가 필요했다"며 "앞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용적률을 높여준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특혜 시비도 차단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용적률 매입으로 개발단가가 높아져 실제 거래량은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3.3㎡당 20만원 하던 논밭이 택지예정지구로 묶이면 100만원,200만원으로 뛰는 게 예사"라며 "용적률 매입비용 때문에 투기수요가 사라지면 개발자가 부담하는 실질적 토지비용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다만 정부가 보존지구 주민보상을 민간부문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올까 조심스런 눈치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