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국회가 청목회 수사문제로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검찰이 전날 강기정 최규식 의원실 회계 담당자를 전격 체포한 데 대해 민주당이 '현 정권의 폭거'라며 예산심의를 거부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대포폰' 의혹 국정조사 요구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까지 쏟아내며 전면전도 불사할 태세다.

민주당은 17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상임위 예산심의를 전면 거부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대포폰 추가 의혹 제기를 위한 현안 질의 후 집단 퇴장했다. 예산심의 전면 거부 여부는 긴급 의총에서 의견을 수렴,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국회가 파행되면서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는 또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검찰과 이 대통령을 향한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손학규 대표는 "골프장과 룸살롱에서 접대받고 퇴직 후 자신이 담당한 사건 피의자로부터 직장을 약속받는 후안무치한 검찰이 청원경찰 같은 서민들의 이익을 지켜준 국회의원을 때려잡겠다고 한다. 정치검찰이 이제 정상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세계적 자랑이던 인권위를 세상의 웃음거리로 만들고 이 나라 전체를 희극무대로 만들고 있는 이명박 정권이 이제 불법 대포폰을 숨기기 위해 어떤 일도 할 태세"라며 "이제 한몸으로 싸우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검찰 권력으로 죽일 때 그의 손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손이 됐다. 또 이 정권의 영부인이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지도 물어봐야 되겠다"며 확전 의지를 내비쳤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청목회 사건은 10만원 후원금 내고 10만원을 돌려받는 환급 후원금 조사로 본질은 국면덮기용 정치기획 수사"라며 "대포폰 특검과 영포라인 재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예산심의에 응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국회를 유린하고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수사를 빙자한 검찰의 폭력이다. 야당을 죽일 것이면 깡그리 다 죽이라"며 반발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한 반응을 삼가면서 검찰과 민주당의 강경 기류를 예의주시했다. 청목회 수사에 대해서는 여야를 떠나 '동병상련'이 없지 않아 원론적 언급밖에 할 수 없다는 속내다.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예산심의는 진행돼야 한다"는 뜻을 민주당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