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증권사들이 현대건설의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인수금액이 과도해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은 17일 현대건설에 대해 "국내 1위 건설기업으로서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변수에 대해 신뢰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목표주가를 10만6500원에서 6만3700원으로 40% 하향 조정했다. 이창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주당 인수가격은 지난 15일 주가인 7만3100원에 93.9%의 프리미엄이 가산된 가격"이라며 "현대건설이 보유한 토지 가치와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등을 포함한 투자 가치를 감안할 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인수가격 5조5000억원을 환산하면 주당 14만1465원으로 내년 현대건설 주당순이익(EPS)의 23.1배에 달한다"며 "기업 인수 · 합병(M&A)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통상적으로 30~40%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은 "현대그룹이 자체 조달한 자금을 제외하고 인수자금으로 외부에서 조달한 3조4000억원을 모두 상환하는 데는 7년6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내년 1분기 예정된 매매대금 현금 지급과 8조1000억원으로 늘어난 현대그룹의 차입금을 감안할 때 현대그룹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증권사들은 우선협상자 지정 직전까지도 현대건설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인수 건으로 기업 가치가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우선협상자로 결정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빗나가자 기존 의견을 철회하고 있다.

전날 하한가까지 떨어졌던 현대건설 주가는 이날 4.82%(3000원) 하락한 5만9200원으로 마감했다. 현대상선은 9.64%(3700원) 급락한 3만4700원으로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장 초반 하락세로 시작했던 현대엘리베이터는 2.37%,현대증권은 1.23% 회복한 채 장을 마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