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중국 광저우사격체육관에서 한국의 남녀 사격 대표팀이 소총복사 부문에서 3개의 금메달을 합작하자 태릉선수촌 입구에 위치한 '사격인의집'에서도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TV를 통해 김학만 김정미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켜보던 장명환 사격인의집 사장의 감회도 남달랐다. 이들이 사격을 갓 시작했던 고교 시절부터 사격복을 만들어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사격인의집은 우리나라 최초로 소총 사격복을 만들어온 회사로 전 세계 30여개국에 사격복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뿐만 아니라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대부분의 소총 부문 선수들이 이 회사의 사격복을 입고 있다.


사격인의집처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 뒤에는 많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과 땀방울이 녹아 있다. 워낙 전문적 영역이어서 시장이 협소하고 매출 규모도 작지만 스포츠 강국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사격인의집은 국내 스포츠용품 업체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복장이 비교적 자유로운 권총에 비해 소총은 세계사격연맹의 기준이 엄격하다. 때문에 사격복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안정감을 위해 몸에 밀착돼야 하면서 동시에 심장박동이나 호흡,손떨림 등으로 총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줘야 한다. 가죽과 폴리에스터,면 등을 혼합한 특수소재를 사용해 옷 전체를 뻣뻣하게 유지하고 소총 견착부위인 어깨와 팔꿈치,무릎은 미끄러지지 않게 특수고무로 덧댔다. 겨드랑이 등 움직이는 부위는 부드러운 소재로 압박감을 풀어줘야 하는 등 옷 곳곳에 첨단 기능과 노하우가 녹아 있다. 장 사장은 가죽 디자인을 하다가 30년 전 사격선수들과 친분을 맺으면서 사격복을 만들어왔다. 과거 독일 등에서 전량 수입했지만 지금은 유럽 국가대표 선수들도 이 회사 제품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메달 밭인 양궁 장비 분야에서도 국내 중소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윈앤윈스포츠 삼익스포츠 엠케이코리아 등 국내 양궁 활 제조업체들이 미국의 호이트 등 스포츠용품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윈앤윈스포츠는 한국 양궁대표팀 감독을 지낸 박경래 사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임직원이 양궁선수 출신으로 구성됐다.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 남녀 선수 8명 중 임동현 이창환 김문정 기보배 등 4명이 이 회사의 활을 쓴다. 탄력과 정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으면서 인도 이란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안게임 출전팀 중 상당수가 이 회사의 활을 들고 나왔다.

스포츠용품 전문업체인 FP라저스트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시합에 쓰이는 전자호구 160개를 전량 납품했다. 전자호구는 선수 보호 기능과 승부 판단을 위한 센서의 정확성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제품.여기에 타격 스포츠인 만큼 내구성까지 필요하다. FP라저스트는 시스템통합(SI)업체로 시작해 이 시장의 잠재성을 보고 뛰어들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