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증시에서 퇴출된 기업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부실 코스닥 상장사들이 횡령 · 배임,분식회계 등으로 대거 상장폐지된 탓이다. 소액주주들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준 부실 기업의 퇴출로 코스닥시장이 투명하지 못해 생기는 '코스닥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증시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은 90개로 집계됐다. 상장위원회에서 지난 17일 상장폐지가 확정된 이앤텍과 정리매매 중인 태광이엔시까지 합하면 92개가 퇴출됐다. 1999년 외환위기 여파로 89개가 퇴출된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퇴출된 기업 중 코스닥 기업이 지난해 65개에서 올해엔 72개로 증가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코스닥 퇴출 기업 수가 한 해 40개를 넘지 않았으나 지난해 상장폐지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되고,회계법인 감사가 강화되면서 크게 늘어났다.

코스닥 상장폐지 사유는 최대주주의 횡령 · 배임이 25개사로 가장 많았고 8개사는 분식회계로 퇴출됐다. 코스닥 퇴출기업 72개사 중 절반 가까이가 대주주나 경영진의 불법행위로 퇴출된 셈이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퇴출 기업 수 증가가 시장 전반의 정화로 이어져 코스닥 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닥 A사 대표는 "코스닥시장엔 상장사가 지나치게 많아 수준 이하의 기업들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의 건전한 코스닥 상장사에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봉원길 대신증권 스몰캡팀장은 "부실기업이 적극적으로 퇴출되면 작전세력에 이용되는 투기대상 종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시장 전반의 신뢰가 높아져 코스닥 상장사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종남 거래소 공시제도총괄팀장은 "시장 정화가 아직 완벽하게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현재와 같이 높은 수준의 감시를 이어가며 부실기업을 솎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닥 정화를 위해서는 옥석 가리기 못지않게 신규 상장 기업들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박홍석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 부국장은 "퇴출되는 만큼 우량하고 전망 좋은 기업이 증시에 들어오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며 "우회상장 요건을 강화하는 등 상장 시점부터 적절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강현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