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이틀 만인 18일,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기 하남시 창우동에 있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묘소를 참배했다.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12년째이기도 한 이날 현 회장은 A4용지 1장 분량의 원고까지 미리 준비해 현안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했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 대해 "염려하실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대자동차 그룹과 현대건설을 놓고 인수 경쟁을 벌인 것을 의식한 듯 "정몽구 회장님을 존경하고,집안의 정통성은 그분께 있다"고도 했다.

올 5월 채권단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라고 압박할 무렵부터 현 회장은 각종 현안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렸다. 8월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5일 지식경제부 초청으로 '동반성장 확산을 위한 대기업 간담회'에 참석,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였지만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숙원을 이루고 시아버지와 남편의 묘소를 참배한 이날은 달랐다. 목덜미 주위가 시원해 보일 정도로 짧아진 헤어 스타일에 검은 정장을 차려 입은 현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님이 첫 삽을 뜨고 정몽헌 회장님의 손때가 묻은 현대건설을 이제야 되찾았다. 두 분도 위에서 기뻐하실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제시한 5조5100억원의 조달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지금 해야 할 일은 어렵게 되찾은 현대건설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라며 "국내외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고 염려하실 것 없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재개할 것이란 얘기에 대해선 "현대상선이 좋아졌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2008년 7월 금광산 관광객 피격 이후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정부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전제한 뒤 "그동안 너무 오래 대치해 왔고,이제 (재개할)타이밍이 됐다"고 낙관했다.

향후 현대건설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녹색 산업 등에서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대부분 그대로 계실 것"이라며 "현대건설 인수로 현대그룹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마무리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