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 보다 작은 부품, 갤럭시탭 타고 공룡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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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욱, 슈욱, 착착…." 쉴 새없이 돌아가는 기계들의 소리가 귀를 때렸다. 전자동화 설비 사이사이로 생산직원들이 바삐 오가고 있다. 시끄러운 소음 속에 돋보기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손길도 역시 바쁘다.
지난 17일 성남시 상대원동의 아비코전자. 저녁 8시. 짧은 해가 떨어지고 밖은 깜깜하다. 하지만 창문없는 공장안은 대낮같이 밝다. 올해들어 생산직 직원을 50% 가량 늘렸지만 돌아가는 모습은 여전히 분주하다. 줄줄이 늘어선 기계들 사이사이로 직원들은 불량을 점검하고 있었다.
얼굴만한 돋보기에 얼굴을 파묻고 뚫어져라 응시하는 좁쌀 보다 작은 물체. 바로 인덕터(inductor)다. 전류의 변화량에 비례해 전압을 유도하는 일종의 코일이다. 정보통신기기의 인쇄회로기판(PCB)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며 기기들의 성능에 따라 크기와 종류가 다양하다.
1mm가 채 안되는 크기부터 3mm까지 기기의 종류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보빈이나 코아라고 불리는 재료에 구리선을 감아(권선작업) 색깔을 입힌다(도장 및 접착작업). 이후에는 긴 플라스틱 테이프에 작업된 인덕터들을 붙인 후(테이핑 작업) 박스포장에 들어간다. 쉽게 말해 아주 작은 실패에 구리실을 감는 작업이다.
최근 전자기기들은 소형화되지만 기능은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인덕터들도 더욱 얇아지고 평평해지는 동시에 많은 구리실들을 감고 압축돼야 한다. 그렇다보니 인덕터를 기능에 맞도록 디자인해 내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에서 이러한 요구를 따라가면서 인덕터를 생산하는 업체는 아비코전자와 S전자 뿐이다. S전자는 LG전자에 주로 납품한다. 때문에 삼성전자에 인덕터를 납품하면서 상장된 업체는 아비코전자가 유일하다.
인덕터의 단가는 개당 100원부터 시작해 크기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듯이 인덕터들의 한해 매출도 만만치 않다. 올해 예상되는 매출액만도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비코전자 전체 매출의 40%에 달한다.
아비코전자는 이 인덕터를 생산하기 위해 야간작업에 돌입한 지 벌써 4개월을 넘고 있다.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공장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침 8시와 저녁 8시. 2교대로 생산직 직원들은 출퇴근한다. 직원들의 식사를 담당하는 조리사들도 밤 10시에 출근에 자정식사를 준비한단다.
이상목 대리는 "주중에 친구들과의 약속은 꿈도 못 꾼다. 주말에까지 나와서 근무하다보니 벌써 연말인가 싶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푸념이 애교스럽게만 들린다.
아비코전자가 이처럼 바빠진 것은 최근에서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비코전자의 매출액은 377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24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이 2008년 대비 40% 넘게 줄어들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고객사들이 많이 포진해있는 정보통신(IT) 업종은 위축됐다. 고객사들의 생산감소는 아비코전자의 실적 위축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아비코전자는 올해 들어 꾸준한 실적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하반기 들어 더욱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올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는 각각 501억원, 51억원이다. 3분기까지 누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48억원, 29억원으로 목표치를 다 채워 넣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초 아비코전자는 GSM폰(유럽,중국 등)방식의 단말기에 필수적인 부품인 전기 이중층 컨덴서(EDLC) 관련 매출이 상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관련 설비가 지난 달에야 완공되면서 실적은 목표치와는 멀어지는 분위기였다.
4분기는 IT 부품업체들에게는 비수기다. 하지만 아비코전자는 4분기에 밀려드는 인덕터의 주문량으로 미뤄볼 때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군다나 대표적인 태블릿PC인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관련 주문이 최근들어 급증하면서 이 같은 기대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종만 아비코전자 대표이사는 "지금 아니면 죽을 수 있다는 각오로 밀려드는 주문들을 모두 받아내면서 제품생산에 매진하고 있다"며 "신규 사업인 EDLC와 근거리 무선통신(UWB)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2013년에는 매출액은 1000억원으로 끌어올려 회사의 덩치를 지금의 두배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
지난 17일 성남시 상대원동의 아비코전자. 저녁 8시. 짧은 해가 떨어지고 밖은 깜깜하다. 하지만 창문없는 공장안은 대낮같이 밝다. 올해들어 생산직 직원을 50% 가량 늘렸지만 돌아가는 모습은 여전히 분주하다. 줄줄이 늘어선 기계들 사이사이로 직원들은 불량을 점검하고 있었다.
얼굴만한 돋보기에 얼굴을 파묻고 뚫어져라 응시하는 좁쌀 보다 작은 물체. 바로 인덕터(inductor)다. 전류의 변화량에 비례해 전압을 유도하는 일종의 코일이다. 정보통신기기의 인쇄회로기판(PCB)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며 기기들의 성능에 따라 크기와 종류가 다양하다.
1mm가 채 안되는 크기부터 3mm까지 기기의 종류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보빈이나 코아라고 불리는 재료에 구리선을 감아(권선작업) 색깔을 입힌다(도장 및 접착작업). 이후에는 긴 플라스틱 테이프에 작업된 인덕터들을 붙인 후(테이핑 작업) 박스포장에 들어간다. 쉽게 말해 아주 작은 실패에 구리실을 감는 작업이다.
최근 전자기기들은 소형화되지만 기능은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인덕터들도 더욱 얇아지고 평평해지는 동시에 많은 구리실들을 감고 압축돼야 한다. 그렇다보니 인덕터를 기능에 맞도록 디자인해 내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에서 이러한 요구를 따라가면서 인덕터를 생산하는 업체는 아비코전자와 S전자 뿐이다. S전자는 LG전자에 주로 납품한다. 때문에 삼성전자에 인덕터를 납품하면서 상장된 업체는 아비코전자가 유일하다.
인덕터의 단가는 개당 100원부터 시작해 크기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듯이 인덕터들의 한해 매출도 만만치 않다. 올해 예상되는 매출액만도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비코전자 전체 매출의 40%에 달한다.
아비코전자는 이 인덕터를 생산하기 위해 야간작업에 돌입한 지 벌써 4개월을 넘고 있다.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공장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침 8시와 저녁 8시. 2교대로 생산직 직원들은 출퇴근한다. 직원들의 식사를 담당하는 조리사들도 밤 10시에 출근에 자정식사를 준비한단다.
이상목 대리는 "주중에 친구들과의 약속은 꿈도 못 꾼다. 주말에까지 나와서 근무하다보니 벌써 연말인가 싶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푸념이 애교스럽게만 들린다.
아비코전자가 이처럼 바빠진 것은 최근에서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비코전자의 매출액은 377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24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이 2008년 대비 40% 넘게 줄어들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고객사들이 많이 포진해있는 정보통신(IT) 업종은 위축됐다. 고객사들의 생산감소는 아비코전자의 실적 위축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아비코전자는 올해 들어 꾸준한 실적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하반기 들어 더욱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올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는 각각 501억원, 51억원이다. 3분기까지 누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48억원, 29억원으로 목표치를 다 채워 넣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초 아비코전자는 GSM폰(유럽,중국 등)방식의 단말기에 필수적인 부품인 전기 이중층 컨덴서(EDLC) 관련 매출이 상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관련 설비가 지난 달에야 완공되면서 실적은 목표치와는 멀어지는 분위기였다.
4분기는 IT 부품업체들에게는 비수기다. 하지만 아비코전자는 4분기에 밀려드는 인덕터의 주문량으로 미뤄볼 때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군다나 대표적인 태블릿PC인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관련 주문이 최근들어 급증하면서 이 같은 기대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종만 아비코전자 대표이사는 "지금 아니면 죽을 수 있다는 각오로 밀려드는 주문들을 모두 받아내면서 제품생산에 매진하고 있다"며 "신규 사업인 EDLC와 근거리 무선통신(UWB)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2013년에는 매출액은 1000억원으로 끌어올려 회사의 덩치를 지금의 두배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