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8일 한 · 미 통상장관회담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협정문에서 점 하나도 바꾸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는 "한 · 미 FTA 협정문 내용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는 18일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협상전략상 (김 본부장이)그렇게 발언한 것으로 국민들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협정문 수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협정문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협상 전략상 부적절한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고 해명했다.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협정문 수정 불가'는 순전히 협상용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사항이 나온 뒤 정부가 "협정문 수정은 불가피하다"고 말을 바꾼 것을 국민이 쉽게 납득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강도 높은 요구에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오히려 우세하다.

지난 8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한 · 미 정상회의 이후 미국 측은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통상교섭본부는 그 내용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이 구체적인 요구를 전달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요구를 들은 뒤에 대응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최 대표는 "미국이 구체적인 제안을 전달한 것은 한 · 미 FTA 실무협의를 하기 하루 전이었다"고 설명했다. 공식 실무협의를 하기 전날까지 상대방의 구체적인 요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협상을 준비했다는 얘기다. 상대방의 카드를 짐작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협상문 수정 불가'만 외친 꼴이다. 지난주 실무협의와 통상장관회의가 진행될 당시 우리 측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미국의 요구 수준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높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 · 미 FTA의 공은 다음 달 미국에서 개최될 한 · 미 통상장관회의로 넘어갔다. 협정문을 고치는 '재협상'으로 넘어간 만큼 미국 요구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우리 측 요구사항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서기열 경제부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