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젊은 조직 구축과 창의적 인재 발탁에 초점을 맞춰 임직원 승진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올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계기로 '젊은 삼성' 바람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원 승진을 위한 직급 체류 연한을 1~2년씩 앞당겨 40대 초반 임원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게 변화의 골자다. 올 연말께 실시될 쇄신인사폭을 키워 삼성 조직구조를 빠르게 바꿔놓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젊은 삼성'…이재용 삼성시대 신호탄

삼성, 20년차 안돼도 임원…40대 초반 임원 대거 등장할 듯
승진제 개편안에는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이 회장이 "어느 시대건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며 '젊은 삼성론'을 강조하고 42세인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결정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해 기준 삼성그룹 임직원은 약 17만9000명,평균 나이는 32.8세에 불과하다. 삼성을 이끌고 있는 사장단의 평균 연령은 53.7세로 다른 그룹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그룹 임직원 중 30세 이하 직원 비중이 40%에 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진과 조직원 간에 격차가 있다는 얘기도 적지 않았다.

이 회장이 올초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소통'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삼성의 인력구조 때문이란 관측이었다.

승진제 개편은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조직문화까지 한번에 바꾸기 위해 내놓은 새 카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속 승진자가 나올 경우 입사 연도를 중심으로 한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이 아닌 성과를 중심으로 한 승진 문화가 보다 빨리 확산될 수 있어서다. 삼성은 그동안 성과중심의 승진을 실시해왔지만 상사가 부하직원보다 근속 연수가 적은 사례는 많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조직으로의 변화를 위해선 연공서열 중심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리더들부터 교체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임원 승진연한을 축소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승진제 변화가 이 회장이 1987년 삼성 회장에 취임한 이후 '제2의 창업' 등을 설파하며 삼성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처럼 '이재용의 삼성시대'를 열어갈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영(Young)삼성'의 핵심은 '창의성'

삼성의 변화는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준비돼 왔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캐주얼 도입,출 · 퇴근시간 자율화,기본급 인상 등의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 임직원들이 매일 접하는 삼성 인트라넷의 초기화면에 '소녀시대'를 띄워놓는 등 내부 문화와 소통방식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인트라넷 초기화면을 임원들은 이해하지 못해도 과장 대리급 직원들이 공감해주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인트라넷엔 그룹 블로그를 만들어 직원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계열사를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인 트위터 등에 계정을 만들고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마케팅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사업장도 '테마파크' 형태로 재정비했다. 수원사업장은 '디지털 시티',기흥사업장은 '나노 시티',탕정사업장은 '디스플레이 시티' 등으로 바꾸고 공장만 삐죽이 솟아 있던 사업장을 산책로와 작은 하천,커피숍 등을 갖춘 공원으로 만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복장을 자율화하고 사업장을 바꾼 것은 젊고 창조적인 삼성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