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부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직급 체류 연한을 현재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성과가 좋은 사람은 부장 4년차에 임원(상무) 승진 대상이 된다.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기간도 1년 축소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진급시 필요한 직급별 체류 연한을 이같이 단축하는 권고안을 마련,계열사별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현재 부장으로 승진한 후 상무에 오를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전자 계열사들이 5년 정도다. 발탁 인사가 이뤄지면 4년도 가능하지만 이를 통해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은 극소수다. 비(非)전자 계열사는 임원 승진에 6년 이상 걸리는 사례도 많았다.

앞으로 입사 후 대리-과장-차장-부장을 거쳐 22년 이상 걸리던 임원 승진이 20년으로 줄어든다.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기간도 7년에서 6년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삼성 관계자는 "파격적인 승진을 통해 활력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직급별 체류 연한 축소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권고안은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계열사별 상황에 맞게 적극적으로 발탁 인사에 나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40대 초반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42)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계기로 젊은 임원들이 다수 배출될 것임을 예고한다는 관측도 삼성 안팎에서 나온다. 사원 · 대리 · 과장 각 4년,차장 · 부장 각 5년(삼성전자) 등으로 명문화돼 있는 직급별 체류 연한이 사실상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삼성은 이미 대리급도 팀장이 될 수 있는 발탁 인사 제도를 만들어 놓았고 각종 성과 중심 인사를 확대하고 있다. 외국 기업처럼 장기 근속자가 발탁 승진한 젊은 팀장과 일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문화가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변화하기 시작하면 무서울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올 연말 인사를 기점으로 일어날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