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이 힘이라고들 한다. 미국에서도 '똑똑한 사람은 지식이 많은 사람,능력있는 사람은 인맥이 풍부한 사람'으로 일컫는다는 마당이다. 그러니 다들 인맥 관리에 힘쓴다.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 가입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인식도 인맥관리를 중시하는 데서 비롯됐을 것이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자 86.5%가 '인맥도 능력이며 따라서 당연히 관리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보고도 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1인당 평균 보유 인맥은 84명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111명,여성은 52명으로 남성이 여성의 2배였다.

관리방법으론 전화통화가 1위고 다음은 술자리,식사 · 다과,휴대폰 문자메시지,미니홈피 ·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순이었다. 남성은 전화통화와 술자리가 많은 반면 여성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들 중 정말 힘들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맥은 평균 9명에 그쳤다는 게 현실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한국을 비롯한 아 · 태지역 11개국의 윈우 라이브 이용자 3000명을 대상으로 알아본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응답자 63%가 3개 이상의 SNS를 이용하고 있지만 74%가 친구 목록 중 '진짜' 친밀한 관계는 4분의 1 이하라고 답했다는 게 그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버트 던바 교수가 만들어낸'던바 숫자'에 따르면 사람의 뇌가 기억할 수 있는 가까운 인맥은 150명 정도다. 많아 봐야 피상적인 관계일 뿐 실제 친분을 맺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온라인 친구의 경우는 특히 더하다.

결국 미국에선 50명 이상의 친구를 가질 수 없는 새로운 SNS '패스(Path)'가 등장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누군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에게 뭐든 다 공개되는 SNS의 경우 프라이버시 문제로 인해 삶을 풍요롭게 하기는커녕 스트레스만 늘릴지 모른다는 점을 감안해 만든 것으로 사진 이외에 동영상이나 음성은 일절 올릴 수 없도록 돼있다고 한다.

기쁨은 물론 슬픔과 궂은 일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친구다. 전국 초 · 중 · 고생 54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고 '외로움을 느낀다'는 답변도 OECD 평균의 두 배였다고 한다. 어른도 비슷할 것이다. 숫자에 불과한 온라인 친구보다 진짜 친구 사귀는 법을 익혀야 할 때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