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권투자 다시 과세] 美 달러 살포에 '방어막'…급격한 外資유입 따른 시장 충격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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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시장 변동성 줄어들 듯
정부가 18일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부활 방침을 공식 발표한 것은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인한 금융 · 외환시장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초저금리 정책 지속으로 국내에 외국자본이 유입되고 있는 와중에 미국의 2차 양적완화까지 진행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입은 원 · 달러 환율 급락 및 채권금리 하락을 야기해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저하 및 각종 금융정책 실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여기에다 국제 금융시장 환경이 급반전돼 외국자본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2008년 하반기 닥친 외환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외국자본 유입 어떻기에
올 들어 지난달까지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 갖고 들어온 돈은 85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팔고 나간 돈을 뺀 순투자액은 38조4000억원이다. 채권이 21조1000억원이고 주식이 17조3000억원이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8%에서 최근 32%로 높아졌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비중은 2008년 말 4.3%에서 지난달 말 7.1%로 뛰었다. 국고채는 외국인 비중이 2008년 말 8.4%에서 지난달 말 14.9%로 높아졌다.
외국인의 채권 매수 속도는 지난해보다 훨씬 빠르다. 지난달 말까지 유입된 자금 21조1000억원은 지난해 전체(18조5000억원)를 넘어섰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6000억달러를 내년 상반기까지 풀기로 한 만큼 한국으로 외국자본이 더 들어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투자하면 이자소득(14%) 및 양도차익(20%)에 대한 법인 · 소득세의 원천징수를 면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지금은 외국자본 유입을 부추기고 있는 만큼 수정해야 한다고 정부는 강조했다.
◆정부,탄력세율 선호
외국인 채권투자에 세금을 부활하는 제도는 의원 입법안으로 국회에 발의돼 있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규정된 기존 특례조항을 삭제하자는 안을 올렸고,강길부 한나라당 의원은 기존 특례조항을 삭제하는 한편 탄력세율을 적용해 필요할 경우 세금을 다시 면제해 주자는 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두 가지 안 모두 찬성하지만 탄력세율을 도입하자는 강 의원 법안을 더 선호하고 있다. 김이태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 "금융시장 급변 상황 등에 대비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전성 정책수단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는 지난 13일 이후 외국인(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이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등에 투자해 얻은 소득 중 내년 1월1일 이후 발생한 소득이 대상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내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이자소득(14%)과 양도차익(20%)에 대한 법인 · 소득세가 원천징수된다. 12일 이전 외국인이 취득한 국채와 통안증권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비과세가 적용된다.
정부는 국회가 청목회 입법로비 등으로 논의가 미뤄질 것을 우려,신속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박준동/유승호 기자 jdpower@hankyung.com
● 탄력세율
법률로 정한 기본 세율을 정부가 경제 · 사회적 여건에 따라 국회 의결 없이 인상 또는 인하할 수 있도록 한 것.정부는 외국인 투자가 많을 때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반대의 경우에는 세율을 낮추기 위해 외국인 채권투자에 탄력세율을 도입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