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 투자전략] 은행·보험 등 금융주 비중 늘리고 채권형 펀드는 줄여라
한국은행이 지난 4개월간 연 2.25%로 묶어놨던 기준금리를 지난주 연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리 상승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유동성 이탈을 불러올 수 있는 악재로 꼽히지만 이번 금리인상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워낙 낮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시중자금은 기대수익률이 높은 증시로 유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금리가 오를 땐 은행과 보험 등 금융주들이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지속된 경기 회복이 금리인상의 배경이 되는 만큼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경기 민감주들도 금리인상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반면 금리인상기엔 평가이익이 줄어드는 채권형펀드의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리인상 호재 가능성도 높아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인상을 발표한 지난 16일 증시는 약세를 보였지만 하락률은 0.77%에 그쳤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견됐던 이벤트여서 충격이 덜했다는 분석이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한발 물러섰던 한국은행이 본연의 임무인 물가안정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며 "향후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되지만 지나치게 낮았던 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이어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금리인상이 증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기는 추가 부양책 및 양적완화 조치를 검토해야 할 만큼 회복이 느리지만 한국은 금리를 올릴 정도로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의미여서 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앞서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7월에도 금리가 오른 후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커졌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보험주가 최대 수혜

금리 상승기 수혜 업종으로는 단연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업종이 꼽힌다. 특히 금리상승으로 자산운용 수익이 늘어나는 보험사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석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부채만기가 긴 생명보험사들이 금리인상으로 수익성 개선 효과를 크게 누릴 것"이라며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시중금리 하락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손보사들의 보험료 인상이 제한적이지만 내년에는 금리가 오르면서 보험료도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대해상 삼성화재 등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은행은 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통상 대출금리 인상폭이 더 커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은행주들이 실적 부진으로 주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금리인상이 지속될 경우 수익구조가 개선되면서 주가도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밖에 경기 회복과 커지는 물가상승 압력이 금리인상의 배경이라는 점에서 경기민감주와 자산주도 관심 대상으로 꼽혔다. 김대준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평균을 밑도는 저금리 상황에서는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소재와 에너지,보유자산이 많은 자산주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채권형보다 주식형이 유리

금리 상승기엔 펀드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채권형펀드의 경우 편입돼 있는 채권가격의 하락으로 수익률이 둔화될 수 있어 비중을 줄이는 편이 낫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 자산이 불리하다"며 "투자비중을 줄이거나 펀드의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기회복 초기에는 주가가 금리와 동반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주식형 비중을 늘리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도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 정도까지는 주식형펀드의 매력이 여전할 것"이라며 "PER이 9배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금리가 오르더라도 주가 상승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자재펀드 비중도 늘리는 것을 고민해 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물자산의 특성상 원자재 관련 상품은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 방향성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헤지한다는 측면에서도 원자재펀드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물가 상승분만큼 수익률이 높아지는 물가연동국채(TIPS)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물가연동채권은 투자 원금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뒤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 물가가 올라도 채권의 실질가치를 보전할 수 있다. 채권형펀드 중 PCA자산운용의 'PCA물가따라잡기'와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의 '현대글로벌인플레이션연계펀드' 등이 물가연동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동양자산운용의 '동양인플레따라잡기'는 주식형이지만 물가상승기에 강세를 보이는 원자재 관련주나 자산주에 주로 투자한다.

강지연/서정환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