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급등은 '야누스'의 성격을 지닌다. 식탁 물가 상승을 걱정해야 하는 가계에는 주름살을 지우지만 관련 상품 투자자에는 쾌재를 가져다 주는 '두 얼굴'의 재료다.

최근 중국의 긴축 소식 등으로 밀과 옥수수 등은 2~7%가량 떨어지는 등 폭락세를 연출했다. 하지만 곧바로 반등을 시도해 상승동력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격은 더 뛸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글로벌 금융불안의 주범으로 꼽힌 아일랜드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인 지난 주말에는 2~3%씩 다시 급등하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은 내년이 더 걱정스러운 수준이 될 것"(유엔식량농업기구)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농산물 펀드 등 관련 금융상품 투자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올 들어 20~30%의 수익률을 올린 펀드도 속출하는 마당이다. 그렇다면 농산물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접투자 수익률 올 들어 '高高'

방법은 두 가지다.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다. 직접투자는 개인투자자가 온라인 거래시스템인 HTS를 통해 직접 농산물 선물을 사고파는 것이다. 주식거래와 방식이 같다. 국내 선물 거래업체에 계좌를 개설,품목별로 정해진 증거금을 입금한 뒤 밀 옥수수 콩 선물 등 원하는 선물 상품을 거래하면 된다. 옥수수의 경우 1계약당 1150달러,콩은 3000달러의 증거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선물거래 기법이 일천한 국내에는 아직 직접투자에 나선 투자자가 많지 않다. 변동성을 정확하게 예측할 전문성이나 손실을 감당할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탓이다. 오춘석 NH선물 해외선물팀장은 "계약된 포지션을 이월(오버나이트)한 이후 발생한 손실분이 증거금을 초과하면 증거금을 추가로 납입해야 하고,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포지션을 청산하는 반대매매를 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투자는 간접투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농산물 펀드가 대표적이다. 농산물 펀드는 '로저스 국제농산물 지수'나 'S&P GSCI 지수' 등 미국 선물시장의 농산물 관련 지수에 연동하게 설계된 지수형과,농산물 관련 기업 주식을 편입한 주식형 등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수익률 역시 간접방식인 펀드투자 쪽이 높다. 투자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32개 농산물 관련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설정액 10억원 이상,11월16일 기준)은 18.31%에 이른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26.68%나 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같은 기간 각각 12.26%,10.35% 오른 것에 비하면 훨씬 높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산물 관련 펀드들은 올초만 해도 수익률이 시원찮아 '비주류'로 취급받았다"며 "금융위기 후 새로운 투자처를 찾던 글로벌 헤지펀드 등 대형 투자세력들이 금과 금속소재 등 원자재를 거쳐 농산물 시장에 진입해 가격을 끌어올린 데다,달러 약세까지 겹치면서 농산물 펀드 수익률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부족 심화로 장기상승 전망

올해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 가격은 최근의 조정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0~60%가량 폭등한 상태다. 가뭄과 홍수 등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와 중국 중동 인도 등 거대 소비국의 전략적 비축 움직임,달러 약세 등이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단기간 가파르게 오른 만큼 외부 변수 변화를 계기로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중 ·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이 쉽게 해소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콩의 경우 내년까지 소비가 전년 대비 4.8% 증가하는 반면 생산량은 3.1% 줄어 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밀도 마찬가지다. 올해 러시아 겨울밀 파종 면적은 당초 예상치인 1800만㏊보다 훨씬 적은 1550만㏊에 그친 것으로 지난주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추정했다. 씨앗값도 급등한 탓이다.
따라서 농산물 관련 투자는 당분간 상대적으로 '긍정적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다만 전 세계 기상변화에 대한 정보분석력이 우월한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성 자본이 수요공급 원리와는 별개로 곡물가격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만큼,이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시점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동필 연구원은 "농산물 투자는 기후변화와 생산량,경작면적 변동,헤지펀드의 유입 비중 등에 따라 수익률이 급변할 수 있는 민감한 상품"이라며 "위험 분산 차원에서 자금의 일부를 할애하는 적정 포트폴리오 전략과 달러 가치 변화 등 주요 가격 변수에 대한 면밀한 체크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