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판매(방판)가 국내 주류 마케팅으로 부상하고 있다. 판매인력 80만명이 10조원대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방판 시장의 위력을 절감한 기존 업체들이 앞다퉈 방판인력을 늘리고 있고,새로 시장에 진입하거나 기존 방판업체와 제휴를 추진하는 회사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제는 단순 제품 판매에서 더 나아가 주기적 관리 및 상담,각종 부가 서비스와 제휴상품 판매 등을 아우르며 '오프라인 포털' 역할을 하고 있다.

오세조 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화하면서 규격화된 제품을 파는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 시대에서 개인별 맞춤 판매가 가능한 '커스토마이징(customizing)'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며 "방문판매는 밀착 마케팅이 가능한 아이템을 중심으로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조명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문판매 100만명 시대 눈앞

지난해 국내 화장품 방판 시장은 1조7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3% 성장했다. 화장품 시장 전체 매출이 7조3800억원으로 2008년보다 12.0%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성장 속도가 빠른 셈이다. 이렇듯 방판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인력을 늘리고 있다. 화장품 1위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3만5000명 수준이던 방판 인력을 내년 초까지 4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화장품 2위인 LG생활건강도 방판 매출 비중이 2004년 7%에서 지난해 30%까지 확대되자 적극적으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홈쇼핑을 통해 방판 인력을 모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LG전자까지 정수기 판매를 위해 방판조직을 갖추기로 했다.

생활가전과 학습지,건강식품 등 다른 분야 업체들도 방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교원그룹은 학습지와 생활가전 분야의 방판 인력을 현재 3만3000명에서 2015년 5만명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국내 압력밥솥 1위 업체인 쿠쿠홈시스도 최근 방판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밖에 김정문알로에가 현재 4500명 규모의 인력을 내년 초까지 1만명으로 늘리는 등 공격적 증원에 나섰다.

방판 시장의 확대는 비단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방판 역사가 100년을 넘는 미국의 경우 1500만명의 방판 인력이 활동하며 310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세계직접판매연맹(WFDSA)에 따르면 2008년 전 세계 직접판매 시장은 1140억달러로 10년 전 대비 46.6% 상승했다. 판매인원은 6270만명으로 10년 전 3360만명에 비해 86.6% 늘었다.

◆제품 점검부터 스킨케어까지

방판 마케팅은 기업의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과 풍부한 데이터베이스(DB),모바일 기기 발전 등이 겹치면서 진화하고 있다.

화장품 방문판매원들의 경우 즉석에서 고객과 상담한 후 피부 상태를 측정해 최적의 제품을 찾아낸다. 상품 사용 주기에 맞춰 고객을 방문해 눈썹 손질,스킨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실시간 고객 관리가 가능하다. 정수기 등 생활가전 업체들도 소모품 교환,관리 등을 위해 한두 달에 한 번씩 고객 가정을 방문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정기적으로 제품을 점검해주고 고객 관리를 위해 타사 가전제품 애프터서비스를 병행하면서 비데와 음식물처리기 등 다른 제품군 매출 확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방판 업체에 대한 다른 회사들의 러브콜도 뜨겁다. 방판 채널을 통해 건강의료기기와 노인용품,생활용품은 물론 휴대폰,대형가전,금융상품 등을 팔 수 있는지 문의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방판인력을 통해 30여개 제휴사 상품을 마케팅하는 웅진코웨이 '페이프리'서비스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고경봉/안상미 기자 kgb@hankyung.com


◆ 방문판매

방문판매는 판매원이 직접 고객의 집과 사무실 등을 찾아 판매를 권유하거나 주기적으로 방문해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화장품,생활가전,건강식품,교육 분야에서 활발하다. 판매원들은 대부분 일정 교육을 받고 전속 계약직 형태로 회사에 고용되며 판매에 따른 수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