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T는 방문판매원을 운용하는 한 생활가전 업체에 '방문판매원이 KT의 고객 PC에 컴퓨터 백신을 설치할 수 있는지' 물었다. KT는 각 가정의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에 통신망의 효율이 떨어지다 보니 이들 PC에 백신을 설치해야 했다. 이를 위해 이 생활가전 업체의 방문판매 인력을 이용할 수 있는지 타진한 것.방문판매원들이 각 가정을 방문할 때 백신을 깔면 인력 투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적고 고객 불편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생활가전과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한 방문판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 9조원,판매인원 80만명의 거대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이를 활용하려는 업체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방문판매 인력은 경제활동인구 2520만명의 30분의 1 수준으로 늘어났다.

19일 직접판매협회와 각 방문판매 업체에 따르면 2001년 2조원대에 머무르던 시장은 지난해 말 현재 8조5000억원대(다단계 제외)로 커졌다. 내년엔 1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방문판매 인원 수는 80만명.이들의 방문을 받는 회원 개념의 정기고객과 단골고객을 합치면 소비자는 1500만명에 달한다. 소비자가 가구 개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한민국 인구 대부분이 방문판매 고객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업체들의 방문판매 매출 비중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방문판매가 가장 활발한 화장품 시장의 경우 지난 6년간 전체 시장이 39% 성장하는 동안 방문판매 경로를 통한 매출은 63% 증가했다. 이 때문에 생활가전과 화장품,학습지,건강식품 등 기존 방문판매 아이템 외에 보험과 생활용품,각종 서비스 상품 업체들도 방문판매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생활가전 비중을 확대하며 방문판매 시장에 뛰어드는 등 대기업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방문판매 시장이 급성장한 이유로 마케팅 기법이 선진화한 데다 소비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과거 가방에 상품을 잔뜩 집어넣고 대문을 두드리던 '행상' 개념의 마케팅이 사라지고 지금은 스마트폰과 PDA 등 모바일 단말기로 무장한 전문인력들이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고객을 주기적으로 방문,관리한다.

고경봉/심은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