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이 중국의 위안화 정책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수차례 강한 어조로 위안화 절상을 촉구했지만 버냉키 의장은 대체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해왔다.

그러나 최근 FRB의 6000억달러 규모 2차 추가 양적완화에 대해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신흥국 환율정책 글로벌 불균형 심화

버냉키 의장은 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콘퍼런스를 앞두고 배포된 연설원고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자국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자국 경제를 과열시키고 △글로벌 무역 불균형 해소를 막고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경기회복 격차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냉키 의장은 "많은 신흥국들이 시장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환율제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통화가치 절상을 억제하는 이유는 수출 주도의 성장전략을 취해 왔기 때문"이라며 "이런 전략은 세계 경제와 해당국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해 왔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경제규모가 크고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가들이 글로벌 성장과 자국 경제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수출 주도 성장전략을 쓰면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직접 중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버냉키 의장의 메시지는 비록 학구적인 톤이지만 중국 등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환율을 둘러싼 긴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접 비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버냉키 의장은 연설문에서 관련 그래프를 통해 통화가치 절상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강하게 개입한 나라들로 중국 외에 대만 싱가포르 태국을 지목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 9월 사이 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사들임으로써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이 많이 증가한 나라들이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2조6000억달러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도와 칠레 터키 등은 별로 시장개입을 하지 않는 나라들로 분류했다.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정당성 부여

마켓워치는 버냉키 의장의 중국 위안화 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이 오바마 행정부가 다음번 외환시장에 대한 의회보고서에서 중국을 공식적인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보고서는 이미 제출 시한이 지나서 언제고 발표될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선 미국이 내년 1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방문 때까지는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가 막대한 자금유입과 자산버블을 초래하고 있다는 선진국들의 주장엔 이처럼 '환율' 이슈로 맞서는 한편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는 미국 내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 방어에 나섰다. 그는 FRB의 양적완화가 없으면 미국의 실업률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으며 물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 수준의 상당히 낮은 물가상승률이 장기간 지속될 것 같다"며 이를 2%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