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당분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 않고 '1지주회사 2은행'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은행 이름도 가능한 한 '외환'이라는 말을 사용할 예정이다. 금융계는 물론 외국 언론도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지주 대신 외환은행을 인수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19일 오후 '하나금융 합병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수작업 80% 이상 진척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날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당분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경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밑에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등 2개 은행을 운영한다는 얘기다. 이어 "외환은행의 국내 외환시장 점유율이 45%에 달한다"며 "외환은행의 브랜드 가치가 상당한 만큼 이름을 살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는 어디까지나 외환은행 인수작업이 성사됐을 때 얘기"라며 "인수협상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작업은 80% 이상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중요한 인수가격도 일정 범위 안에서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 합의를 봤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나금융이 시가에 10%의 프리미엄을 얹어 론스타 지분 51%를 41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 인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당 1만4000원대로 이날 종가(1만2850원)보다 10%가량 높은 수준이다.

하나금융은 인수자금 조달 방안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해 유상증자는 가급적 피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하나금융은 국내외 재무적투자자를 끌어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이날 칼럼을 통해 외환은행의 자산이 우리금융보다 적다는 점,지난 5년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로 우리금융보다 7%포인트 더 높다는 점,하나은행과의 영업 중복이 적다는 점 등을 들어 "하나금융으로선 우리금융보다 외환은행 인수가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발하는 노조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인수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서울 외환은행 본점에서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나금융 합병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자산과 인력을 제대로 운영할 경영 능력이 없다"며 "현장실사를 포함한 하나금융 인수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계 일부에서는 노조의 반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외환은행 노조는 그동안 론스타와 임금협상 등을 할 때마다 걸핏하면 해외 자본에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주장해 왔다"며 "이제 와서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논리를 내세워 하나금융의 인수를 반대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인수하면 인사나 복리후생 등 근무조건이 지금보다 나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와 관련,"외국계가 외환은행을 사면 괜찮고 국내 은행이 사면 먹튀를 돕는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며 "론스타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영춘/이호기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