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ODA 예산을 늘리고 대외원조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은 국가위상 제고 등 무형의 이익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일본 중국 등의 사례를 보고 사업적 관점에서도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시아개발 협력회의 정례화 등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ODA 규모를 늘려나가기로 했다.

◆ODA 확대 필요성 인식

한국이 ODA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양자간(직접) 원조 포럼인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다.

지난해 한국의 ODA 예산(8억1600만달러)은 OECD 국가 중 19위에 그쳤다. 낮은 이자율의 차관은 전년 대비 25.5%로 크게 증가했지만 직접 무상 원조와 국제기구 출연은 모두 감소했다.

ODA가 매우 저조한 것은 '왜 아까운 돈을 그냥 주냐'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략적인 ODA 예산 지원을 통한 개발도상국 경제협력 사업이 국내 경제 발전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점이 인식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시아 지역에 직접 원조의 55%가량을 집중하고 아프리카에 20%,중남미에 10%,독립국가연합(CIS)에 10%를 각각 지원키로 하는 등 지원 방식도 점차 세밀화되고 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뀐 한국으로부터 ODA를 받고 싶다는 개도국이 많다"고 말했다.

◆아시아에 선택과 집중

정부는 우선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ODA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전체 ODA 예산 중 30% 이상이 아시아 국가에서 집행되고 있다. 제한된 예산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지리적 · 문화적으로 가까운 아시아 지역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재정부가 19일 일본 중국 등의 ODA 정책 담당자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을 초청,아시아 개발 협력회의를 개최한 것도 원조 공여국 간 협의 채널을 구축해 ODA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국가 간 개발 협력을 강화하고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다년간 개발 행동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아시아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원조를 추진하고 2~3개 중점 지원 분야를 선정해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민 · 관 협력사업을 확대해 공적 원조를 민간 차원의 무역 · 투자를 활성화하는 촉매제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민간 활동을 활성화해 원조 대상국이 자생적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韓 · 中 · 日 경쟁 치열

정부가 ODA 예산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개도국의 정치 · 사회 상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문화적인 고리가 약한 것이 문제다.

곽재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선진국들은 과거 식민지를 지배하면서 개도국에 대한 지식을 축적했고 오래 전부터 민간 차원의 교류도 활발한 반면 한국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중국이 ODA를 적극 추진해온 점도 부담이다. 일본은 풍부한 자본과 첨단기술을 무기로 개도국 인프라 건설 위주의 ODA를 추진하고 있고,중국은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연계하는 등 개도국에서 정치 ·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ODA를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ODA 모델을 개발해 다른 나라와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찬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식민지배를 당했던 개도국들은 선진국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동질감을 느낀다"며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을 각국의 상황에 맞게 전수해 주는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너무 빠른 속도로 ODA를 늘리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곽 교수는 "ODA도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내실을 다지면서 추진해야 한다"며 "양적인 목표에 치중하기보다는 대상국과 신뢰를 쌓고 기업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호/서욱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