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하도야'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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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하도야'검사의 인기가 대단한 것 같다. 비록 드라마 속 주인공이지만 부패한 정치권을 향해 종횡무진 칼을 휘두르는 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그동안 검사가 드라마에 나오더라도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이번엔 좀 딴판이다.
드라마 속의 검사가 이렇게 큰 박수를 받는 것은 그동안 현실에서 검사들이 많은 사람들의 눈에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리라.그 중에는 외압에 굽히지 않고 권력자의 비리를 파헤치려고 좌충우돌하는 하 검사가 검사의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검찰이 친정이다 보니 픽션 속의 검사가 박수를 받는 게 결코 싫지 않지만,한편으로는 검사에 대한 이미지가 잘못 각인될까봐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흔히 범법자를 찾아내 단죄하는 칼잡이로 비유되는 검사는 겉으로만 보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검사가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수많은 사건들의 드러나지 않은 이면에는 혼자서 머리를 싸매고 이겨내야 하는 고뇌의 시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론의 박수를 받으며 대형 비리를 거침없이 파헤치는 것 같은 소위 스타검사 역시 그 내면만을 보면 조금도 다르지 않다.
검사의 어깨를 짓누르는 고뇌가 어디 한두 가지뿐이겠는가.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수사를 중단시키려는 외압도 현실에서 있을 수 있지만,그보다 더욱 검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거짓말과의 싸움이라고 본다. 설사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수사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하더라도,혐의자와 일대일로 대치해 벌이는 거짓말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검사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는 패배자가 된다. 그만큼 원초적이라 할 수 있는 거짓말과의 싸움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범죄꾼이야 으레 거짓말로 무장돼 있어 말할 것도 없지만,재산상 이해관계가 크게 걸린 사건에 휩쓸려 들면 선량한 사람도 오로지 이기는 데 집착한 나머지 때로는 거짓말도 동원한다.
거짓말과의 싸움에서 지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검사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저런 사건과 부딪치며 피를 말리는 긴장 속에 거짓말에 휘둘리지 않았다 하더라도,자칫 한 번 진실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게 되면,그 동안 쌓인 검사에 대한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그로 인해 생기는 불신과 한(恨)은 혼자만의 상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법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기도 한다.
거짓말의 늪에서 잘 헤쳐나와 마침내 진실을 가려내고 억울한 사람의 손을 들어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런 희열이 있기에 검사들은 그 고독한 싸움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사건에 시달리고 있을 대한민국 검사들이 부디 거짓말과의 싸움에서 이기기를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원하며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문영호 <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yhm@bkl.co.kr >
드라마 속의 검사가 이렇게 큰 박수를 받는 것은 그동안 현실에서 검사들이 많은 사람들의 눈에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리라.그 중에는 외압에 굽히지 않고 권력자의 비리를 파헤치려고 좌충우돌하는 하 검사가 검사의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검찰이 친정이다 보니 픽션 속의 검사가 박수를 받는 게 결코 싫지 않지만,한편으로는 검사에 대한 이미지가 잘못 각인될까봐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흔히 범법자를 찾아내 단죄하는 칼잡이로 비유되는 검사는 겉으로만 보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검사가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수많은 사건들의 드러나지 않은 이면에는 혼자서 머리를 싸매고 이겨내야 하는 고뇌의 시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론의 박수를 받으며 대형 비리를 거침없이 파헤치는 것 같은 소위 스타검사 역시 그 내면만을 보면 조금도 다르지 않다.
검사의 어깨를 짓누르는 고뇌가 어디 한두 가지뿐이겠는가.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수사를 중단시키려는 외압도 현실에서 있을 수 있지만,그보다 더욱 검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거짓말과의 싸움이라고 본다. 설사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수사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하더라도,혐의자와 일대일로 대치해 벌이는 거짓말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검사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는 패배자가 된다. 그만큼 원초적이라 할 수 있는 거짓말과의 싸움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범죄꾼이야 으레 거짓말로 무장돼 있어 말할 것도 없지만,재산상 이해관계가 크게 걸린 사건에 휩쓸려 들면 선량한 사람도 오로지 이기는 데 집착한 나머지 때로는 거짓말도 동원한다.
거짓말과의 싸움에서 지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검사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저런 사건과 부딪치며 피를 말리는 긴장 속에 거짓말에 휘둘리지 않았다 하더라도,자칫 한 번 진실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게 되면,그 동안 쌓인 검사에 대한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그로 인해 생기는 불신과 한(恨)은 혼자만의 상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법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기도 한다.
거짓말의 늪에서 잘 헤쳐나와 마침내 진실을 가려내고 억울한 사람의 손을 들어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런 희열이 있기에 검사들은 그 고독한 싸움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사건에 시달리고 있을 대한민국 검사들이 부디 거짓말과의 싸움에서 이기기를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원하며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문영호 <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yhm@bk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