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의 연 평균 물가상승률은 4.4%로 미국(2.8%) 영국(2.6%) 일본(0.5%)보다 높았다. 이런 현상은 올 들어서도 계속돼 지난 10월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1%로 미국(1.2%) 독일(1.3%) 영국(3.2%)보다 높았다. 물가의 변동 폭도 한국이 선진국보다 크다. 1998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 소비자물가의 표준편차는 1.7로 미국(1.3) 일본(0.9) 영국(0.8)보다 컸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선진국보다 높고 변동성도 큰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선진국에 비해 빠른 경제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소비 투자 등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했다. 1990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의 연 평균 경제성장률은 5.6%로 미국(2.6%) 영국(2.0%) 일본(1.1%)보다 3%포인트 이상 높았다. 올해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6%대로 예상돼 2~3%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 선진국보다 높을 전망이다.

진입 규제 등으로 시장이 독과점화하면서 생산자 우위의 가격결정 구조가 형성된 것도 물가 상승률이 높은 원인이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의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평균 0.9%포인트 높았다. 반면 미국(0.1%포인트)과 일본(0.4%포인트)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았다. 선진국에서는 생산 원가가 상승하더라도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반면 한국에서는 원가 상승이 그대로 소비자물가에 전가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재정부는 "독과점적 시장 구조와 비효율적인 유통 구조로 인해 가격이 한번 오르면 좀처럼 내리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있는 것도 국내 물가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와 곡물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한 점은 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1998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 식료품 가격의 표준편차는 3.5로 미국(1.9) 일본(2.1) 영국(3.2)보다 컸고,에너지 가격의 표준편차는 9.9로 미국(14.2)보다는 작았지만 일본(5.8) 영국(7.0)보다는 컸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