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류샤오보와 아웅산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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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駐)노르웨이 대사는 내달 9,10일 발리 섬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 마르티 나탈레가와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9일 '내달 10일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느냐'는 기자단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로써 중국의 인권 운동가 류샤오보에 대한 노벨 평화상 시상식 불참을 예고한 국가는 중국 러시아 이라크 쿠바 모로코 카자흐스탄 베트남 필리핀에 이어 9개국으로 늘었다.
인도네시아의 행보는 이달 초 우방궈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의 방문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지난 8일 자카르타를 찾아 60억달러의 인프라 지원을 약속했다. "노벨상 시상식에 가지 말라고 각국 대사들에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국가를 본 적이 없다"(노벨위원회 게이르 룬데스타드 사무총장)는 불만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중국은 유연한 외교를 펼치지만 핵심이익이 침해받는다고 판단되면 극도로 경직된 모습을 보인다. "(외교통상부 관계자) 티베트 · 신장 · 대만의 독립,인권 · 영토문제는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꼽는 사안들이다.
중국은 류의 부인은 물론 동생들이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도 불허할 방침이다. 냉전시대 옛 소련의 안드레이 사하로프(1975년) 부인과 공산 치하 폴란드의 레흐 바웬사(1983년) 부인이 노벨평화상을 대신 수상했던 것과 대조된다. 가장 최근 대리수상한 사례는 미얀마의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다.
1991년 아들이 평화상을 대신 받은 수치 여사는 류와 닮은 점이 많다. 해외에서 귀국,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시점이 1988년으로 1989년의 류와 비슷하다. 이후 감옥과 가택연금으로 보낸 기간만 15년이다. 류도 7년을 그렇게 보냈고,지난해 말 11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다시 수감 중이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미얀마의 178배를 웃돌지만,중국 공산당과 미얀마 군부정권의 통치방식은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노벨상 수상자를 10년 이상 가둬두는 건 진정한 강국의 필수조건인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데 재앙"(니콜라스 베퀼린 휴먼라이츠워치 연구원)이란 논평도 나온다.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는 중국 지도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오광진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인도네시아의 행보는 이달 초 우방궈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의 방문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지난 8일 자카르타를 찾아 60억달러의 인프라 지원을 약속했다. "노벨상 시상식에 가지 말라고 각국 대사들에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국가를 본 적이 없다"(노벨위원회 게이르 룬데스타드 사무총장)는 불만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중국은 유연한 외교를 펼치지만 핵심이익이 침해받는다고 판단되면 극도로 경직된 모습을 보인다. "(외교통상부 관계자) 티베트 · 신장 · 대만의 독립,인권 · 영토문제는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꼽는 사안들이다.
중국은 류의 부인은 물론 동생들이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도 불허할 방침이다. 냉전시대 옛 소련의 안드레이 사하로프(1975년) 부인과 공산 치하 폴란드의 레흐 바웬사(1983년) 부인이 노벨평화상을 대신 수상했던 것과 대조된다. 가장 최근 대리수상한 사례는 미얀마의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다.
1991년 아들이 평화상을 대신 받은 수치 여사는 류와 닮은 점이 많다. 해외에서 귀국,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시점이 1988년으로 1989년의 류와 비슷하다. 이후 감옥과 가택연금으로 보낸 기간만 15년이다. 류도 7년을 그렇게 보냈고,지난해 말 11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다시 수감 중이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미얀마의 178배를 웃돌지만,중국 공산당과 미얀마 군부정권의 통치방식은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노벨상 수상자를 10년 이상 가둬두는 건 진정한 강국의 필수조건인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데 재앙"(니콜라스 베퀼린 휴먼라이츠워치 연구원)이란 논평도 나온다.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는 중국 지도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오광진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