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11시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 3층.강호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부사장(울산공장장)이 이곳을 찾았다. 6일째 점거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조원 550여명에게 퇴거명령서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강 부사장은 비정규직 노조 '사수대'가 막고 있는 점거농성장에 들어가려다 부상을 입었다. 결국 그는 퇴거명령서를 이경훈 현대차 정규직 노조위원장에게 대신 전달한 뒤 병원으로 실려가야 했다.

지금 현대차 울산공장은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7월 대법원 판결 후 파업 움직임을 보였다. 대법원은 당시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는 사실상 정규직원과 같은 일을 했고,현대차의 관리감독을 받아 일했다며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한 고법 판결이 파기 환송돼 다시 재판절차를 밟고 있다. 고법 판결을 거쳐 대법원에 다시 올라오면 판결 절차가 마무리된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나자 비정규직 노조는 당장 정규직 전환 및 사측과의 협상을 요구하며 제1공장을 검거했다. 이달 초에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900여명이 정규직과의 차별에 따른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대규모 집단소송을 내기도 했다.

문제는 비정규직 노조 파업의 정당성이다. 아직 최종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실력행사로 밀어붙이는 것은 절차적으로나 내용면에서나 불법이다. 더욱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노조관계법상 파업 대상이 될 수도 없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은 노조의 직접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 측은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이 나면 비정규직 구제책을 별도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의 사내하청 문제는 어느 한쪽의 실력행사만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측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원처럼 사용해온 사내하청 관행을 바로잡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도 1980년대식 점거농성으로 요구사항을 무조건 관철시키겠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적어도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묵묵히 일하며 기다리는 게 우선이 아닐까. 현대차도 그 사이 대책을 내놓아야 더 큰 충돌을 피할 수 있다.

하인식 울산/사회부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