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에 생몰(生歿)한 것으로 추정되는 '나주 미라'가 발견 1년7개월 만에 다시 장례 절차를 거쳐 남편 곁으로 돌아갔다.

22일 고려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시께 고대 구로병원 부검실에서 문화 류(柳)씨 종친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나주 미라에 염이 이뤄졌다.

이날 미라를 선산으로 모실 채비를 마친 류씨 문중은 이튿날인 20일 새벽 구로병원에서 전남 나주로 미라를 옮겨가 장례를 치르고 미라를 남편 묘에 합장했다.

'나주 미라'는 후손들에게 16세기 중반의 복식과 식생활 등을 알려줄 각종 검사를 마치고, 처음 발견된 곳에서 겨우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남편과 나란히 묻히게 됐다.

완산 이(李)씨 여성으로 류씨 가문의 21대 며느리였던 이 미라는 지난해 4월 류씨 문중이 전남 나주 다시면 가운리 선산에서 이장하던 중 발견됐다.

류씨 문중이 제공한 족보에 따르면 이 여성은 1544년에 출생해 43살이던 1587년 사망했다.

발견 당시 미라는 불과 수년 전 숨진 것처럼 피부에 탄력이 남아 있었고 머리카락 결도 살아있었다. 눈동자는 선명하고 속눈썹이 그대로 있는 등 최근 발견된 미라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좋아 주목받았다.

이에 병원 측은 미라를 연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문중에서도 "재매장하면 결국 시신이 썩고 말 텐데 후학들의 연구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미라를 학술용으로 병원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미라가 발견된 이후 류씨 문중의 후손 꿈에 조상을 뜻한다는 암소가 자주 보였다. 문중에서는 12대조 할머니를 자연 상태로 다시 되돌리는 게 이치에 맞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회의를 거쳐 장례를 치르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해 4월 미라를 전달받은 고대 김한겸 교수팀은 사인을 규명하고 생존 당시 어떤 질환을 앓았는지 밝혀내고자 컴퓨터 단층촬영(CT) 및 X-선 촬영을 했다.

지난 5월에는 미라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부검 없이 연구를 진행하려고 내시경 검사를 하고 내부 장기 등을 살펴보는 동영상을 촬영했으며 종아리 근육과 자궁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의 표본을 채취하는 등 조직 검사도 했다.

아직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태반으로 추정되는 것이 남아있고 탈장이 돼 있으며 혀를 깨문 모습이어서 출산 중 사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