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중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내놓은 금리 인상 등의 긴축 조치가 금,구리,면화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을 급격히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특히 변동성이 커진 틈을 타 투기성 짙은 헤지펀드 등 뭉칫돈의 유출입이 예상돼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최근 1년 사이 최고치로 커지는 등 시장이 불안정해 향후 가격 폭락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WSJ에 따르면 다우존스-UBS 상품가격의 30일 변동성지수는 지난 10월 이후 현재까지 두배 가량 오른 25%를 기록했다.2009년 9월 이후 최고치다.

WSJ는 “주가지수의 변동성이 같은 기간 비교적 안정된 데 비해 상품가격 변동성만 급격히 커졌다는 점에서 이번 변동성 지수의 변화는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S&P500주가지수의 30일 변동성지수는 6개월 만의 최저치인 12%선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것은 중국정부의 긴축 움직임에 시장이 지나치게 반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하지만 미국의 잇따른 양적완화도 배경이 되고 있다.각국의 통화 증발로 넘쳐나는 유동성이 상품시장에 유입되면서 투기적 베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헤지펀드 등이 사들인 원유,구리,콩 등의 상품선물 매수 포지션은 이달 9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때문에 상품가격 변동성은 단기간에 추가로 급등하지는 않는다 해도 높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CFTC의 전망이다.

팀 에반스 시티선물예측 애널리스트는 “현재 수준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심각한 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폭등장에 편승하기 위해 모든 가용자산을 투자한 탓에 ‘시장 반전’에 취약해진 상태라는 것이다.

이미 위험 증가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중국의 인플레이션 방어 조치가 본격화된 이달 9일 이후 다우존스-UBS 상품가격 지수는 7% 가량 급락했다.특히 아연이 16% 폭락한 것을 비롯해 면화(15%)와 원유(7%)등 중국 소비 비중이 큰 품목의하락폭이 컸다.

앤디 스미스 바체커모디티 수석 전략분석가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연말이 다가올수록 증폭될 것” 이라며 “이들은 매수 포지션을 정리하고 연말을 보낼지,아니면 내년으로 이월할지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상품시장 변동성이 치솟은 것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놓고 진행중인 국제사회의 논쟁도 한몫했다는 진단도 나온다.콜린 펜톤 JP모건체이스 상품시장 수석애널리스트는 “현재의 변동성은 상품 수요의 증가 추이에 대한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극명한 증거”라고 말했다.

중국의 원자재 소비 비중은 글로벌 상품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국제에너지기구(IAEA)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원유 소비량은 하루 82만배럴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이는 전세계 원유 소비 증가분의 35%나 된다.면화(70%)와 구리(57%),대두(46%)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소비 비중도 절대적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중국의 일시적 수요 둔화는 불가피하지만,중국은 여전히 원자재 시장을 달구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드와이트 앤더슨 오스프레 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취한 조치는 상품시장에 제한적인 영향만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