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오페라 중 가장 파격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룰루'가 25~28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국내 처음으로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하는 '룰루'는 쇤베르크,베베른과 함께 '제2차 빈악파'를 이끈 알반 베르크의 작품.독일 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 '대지의 정령'(1985년)과 '판도라의 상자'(1904년)가 원작이다. 이들 작품은 발표 당시 '퇴폐적인 범죄행위''죄악의 미화'라는 악평을 받았고 작가는 음란물 유포죄로 고소됐으며 출판물은 폐기 판정을 받았다.

알반 베르크는 '룰루'를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사후 2년 만인 1937년 '2막판'으로 초연됐고 1979년 작곡가 프리드리히 체르하에 의해 3막까지 완성됐다.

'룰루'는 원작만큼이나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신문사 편집장 쇤 박사는 룰루의 치명적인 매력에 두려움을 느껴 그를 다른 남자와 결혼시킨다. 의사,화가 등 룰루와 결혼한 남자들이 죽어가고 고위 관료의 딸과 결혼하려는 쇤 박사의 계획도 룰루에 의해 실패한다. 결국 룰루와 결혼한 그는 그녀의 신봉자들이 모여 들고 아들까지 룰루에게 빠져들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권총 자살을 요구하다 룰루의 총에 죽고 만다. 룰루는 체포되지만 신봉자의 도움을 받아 탈출,매춘부 생활을 하다 변태살인마에게 살해된다.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은 "20세기 오페라 중 '롤루'만큼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은 없었다"며 "주인공 룰루를 통해 사회를 보는 눈을 새롭게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크리스티나 부스는 "룰루는 행성에 둘러싸인 해와 같은 존재"라며 "무대 위에 큰 나무를 세우고 회전하는 무대를 꾸며 룰루와 주변 인물의 관계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한 옥타브 안에 반음까지 고루 사용하는 기법인 12음기법으로 쓰였다. 반음의 불편한 멜로디와 불협화음이 가득해 음악적으로도 불안감을 더한다. 지휘자 프랑크 크라머는 "인간 내면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했고,음악평론가 이용숙씨는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연주하지만 각 인물에 주어지는 라이프모티프(주된 동기)는 대단히 명료하고 섬세하다"고 평했다.

팜파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룰루 역은 소프라노 박은주,쇤 박사는 바리톤 사무엘 윤,화가는 테너 김기찬,알바는 테너 김석철씨가 맡았다. 박씨는 "보통 때는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열 달 이상을 매달렸다"며 "룰루는 검은색이지만 흰색도 많은 캐릭터로 잔인하면서도 가련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역"이라고 얘기했다.

사무엘 윤씨는 "요즘 주위에서 저보고 우울해 보인다고 하는데 이 작품을 준비할 때는 정신병에 걸릴 정도로 빠져 있지 않으면 소화하기 힘들다"며 "'룰루'는 어떤 오페라보다 사실적인 작품으로 출연진의 연기를 자세히 보면서 연극을 본다고 생각하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02)586-5282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