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들의 중국 진출 행보가 빨라진다. 외국 기업들이 현지 공장 수준에서 벗어나 현지 제약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늘고 연구개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회 인프라망 확충의 일환으로 의료개혁을 가속화하면서 세계 5위인 제약 시장 규모가 2015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2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부국(富國)에서 부민(富民)으로의 노선 전환이 의료시장 성장에 탄력을 주고 있다.

◆외국 제약사 중국에 베팅

지난 1일 프랑스의 사노피아벤티스는 5억2000만달러를 들여 중국의 메이와타이양스그룹을 인수했다. 어린이 감기시럽 등을 만드는 중국의 대표적인 OTC 제약(비처방 일반의약품 제조) 기업으로 외국 기업이 중국 OTC 제약기업을 인수한 최대 규모라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같은 날 스위스 니코메드는 2억1000만달러를 투자,광둥성에 있는 민영 바이오 의약업체 광저우톈부의 대주주가 됐다. 엘리릴리는 100명의 연구인력을 둘 연구센터를 상하이에 세우기로 했다. 당뇨병환자 치료 연구가 목적이다. 중국에만 9200만명의 당뇨병 환자가 있어 시장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만의 의약원료품 생산업체 스키노팜도 상하이 인근 창수시에 생산 시설을 세우기로 했다.

중국의 의료 전산화 시장을 공략하는 정보기술(IT) 기업도 적지 않다. 지난해 중국 연구센터 내에 의료 전산화 기술을 전담할 연구실을 만든 IBM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의료 개혁으로 1000여개 병원에서 IT 시스템 구축에만 15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게 IBM의 추산이다.

중국은 의료 개혁의 일환으로 농촌 곳곳에 세울 병원에 IT 네트워크를 구축,농촌 환자들이 대도시 병원까지 오지 않아도 진찰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NEC도 중국 의료정보화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병원 진료소 3만곳 신설

중국 재정부는 지난 18일 지방의 의료개혁을 돕기 위해 연내 123억위안(2조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늘어나는 의료 예산이 중국의 시장 전망을 밝게 한다. 경영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은 지난주 펴낸 중국 바이오산업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의료개혁 예산으로 지난해부터 2012년까지 124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이 찬 스키노팜 부사장이 "중국에서 입지를 확실하게 굳히지 못한 제약업체들은 수년 뒤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 배경이다. 중국 시장을 놓치고서는 세계 제약업계에서의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경제시보는 지난해 중국의 바이오의약산업 규모가 1조위안(169조원)을 돌파했고 2015년엔 4조위안(678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공립병원이 1만4000여개로 지난 30여년간 5000개 늘었고,민영병원도 1984년 첫선을 보인 이래 5736개로 증가했지만 13억인구를 커버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병원과 진료소 등 3만곳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