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조치에다 중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내놓은 금리 인상 등의 긴축 조치가 금,구리,면화 등 원자재 상품가격의 변동성을 급격히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변동성이 커진 틈을 타 헤지펀드 등 대규모 투기성 자본의 유 · 출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져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가변동성보다 커진 상품가격 변동성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최근 국제 상품가격 변동성이 지난 1년 사이 최고치로 높아지는 등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가격 폭락 위험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WSJ에 따르면 다우존스-UBS 상품가격 30일 변동성 지수는 지난 10월 이후 두 배가량 오른 25%를 기록했다. 2009년 9월 이후 최고치다. WSJ는 "주가지수 변동성이 같은 기간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인 데 반해 원자재 상품가격 변동성만 급격히 커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금값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초 온스당 1310달러 선을 유지했던 금 국제선물 가격은 한 달 새 7%가량 급등, 이달 초 온스당 1400달러를 돌파한 직후 보름 만에 한 달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반면 S&P500 주가지수의 30일 변동성 지수는 6개월 만의 최저치인 12%대로 하락해 한층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품가격 변동성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인플레이션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의 긴축 움직임에 시장이 과민 반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잇단 양적완화 조치도 영향을 줬다. 풍부해진 유동성이 상품시장으로 대거 흘러들어오면서 실수요와 상관없는 투기적 거래 여건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헤지펀드 등이 사들인 원유,구리,대두(콩) 등의 상품선물 매수 포지션은 지난 9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거래량도 대다수 품목에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단기간에 더 커지지 않는다 해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CFTC의 전망이다. 팀 에번스 씨티은행 선물예측 애널리스트는 "현재 수준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심각한 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불안요인 연말엔 더 커진다

이미 위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인플레이션 방어 조치가 본격화된 지난 9일 이후 다우존스-UBS 상품가격 지수는 7%가량 급락했다. 특히 아연이 16% 폭락한 것을 비롯해 면화(15%)와 원유(7%) 등 중국 소비 비중이 큰 품목의 하락폭이 컸다. 앤디 스미스 바체커모디티 수석 전략분석가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연말이 다가올수록 증폭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콜린 펜톤 JP모건체이스 상품시장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변동성은 상품 수요 증가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원유 소비량은 하루 82만배럴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전 세계 원유 소비 증가분의 35%나 된다. 면화(70%)와 구리(57%),대두(46%) 등 원자재와 농산물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소비 비중도 절대적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변동성지수

volatility index.주식이나 금,원유 등 상품가격의 등락 폭을 일정한 기준치와 비교해 퍼센트(%)로 수치화한 지표.S&P500 지수옵션의 30일 미래 가격을 예측해 수치화한 VIX가 대표적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가격 폭락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공포지수'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