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이머징)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 증시는 양적완화 효과에 대한 기대로 상대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진국 증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중국의 긴축으로 신흥국 경기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어 단기적으로 선진국 주가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따라서 관심 업종과 종목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선진국 vs 이머징 PER 격차 줄어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17%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도 0.15% 떨어져 2880선으로 밀렸다. 금리 인상에 이어 지난 19일 은행 지급준비율을 높이는 등 일련의 긴축 움직임이 지속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 증시도 이달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그동안 소외돼 있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이달 상승률이 9.91%에 달했다. 독일(3.67%) 캐나다(2.21%) 영국(1.02%) 미국(0.77%) 등도 모두 양호한 성적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기획팀장은 "신흥국 증시는 단기 급등으로 가격 부담이 커졌지만 유럽을 제외한 선진국은 경기부양책을 통해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 우려를 벗어나면서 증시도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0.17%(3.38포인트) 오른 1944.34로 마감,이달 상승률이 3.26%를 기록했다.

선진국과 이머징 증시 간 주가수익비율(PER) 격차가 크게 좁혀진 데다 향후 신흥국 경기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어 선진국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승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지수 편입 국가의 평균 PER은 올 상반기 10.20배까지 떨어졌다 현재 11.21배로 지난 10년 평균(11.0배)을 넘어선 반면 MSCI 선진지수 PER은 11.25배로 10년 평균(15.7배)에 훨씬 못 미친다"고 말했다.

◆"판다보다는 독수리를 봐야 할 때"

신흥국에 집중됐던 글로벌 자금흐름도 선진국으로 분산되고 있다. 글로벌 펀드조사 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지난주(11~17일) 신흥국 펀드는 25주 만에 순유출이 일어났지만 선진국 펀드로는 6주 연속 자금이 유입됐다. 이 팀장은 "미국에선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꾸준히 돈이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반등과 함께 선진국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 국내 증시는 미국 등 선진국 증시와 함께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이후 국내 증시와 중국 증시 간 상관계수가 낮아지는 추세인 반면 미국 증시와의 상관계수는 0.24에서 0.46으로 높아져 주목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시를 주도할 업종도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경기 회복 기대가 선진국 경기에 민감한 정보기술(IT)과 금융주 등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라며 "지금은 판다(중국)보다 독수리(미국)를 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