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구제금융] PIGS 공포 일단 진정…포르투갈ㆍ스페인 '뇌관'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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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불안 어떻게 되나
"유럽 전체로 위기확산 막자" 英ㆍ스웨덴까지 지원 가세
아일랜드 정국 불안 심화…무디스, 신용등급 강등 경고
스페인, 기업과 대처방안 논의
"유럽 전체로 위기확산 막자" 英ㆍ스웨덴까지 지원 가세
아일랜드 정국 불안 심화…무디스, 신용등급 강등 경고
스페인, 기업과 대처방안 논의
아일랜드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변방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는 일단 진정됐다. 그러나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2일 아일랜드의 국가 신용등급이 수 단계 하향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무디스는 현재 아일랜드에 투자 적격 등급인 'Aa2'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스페인 등의 재정위기 우려가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란 지적도 여전하다.
◆ "유로화 안정 위해 아일랜드 지원 결정"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유로화 단일통화 체제의 안정을 되찾으려는 유럽의 노력이 일단 결실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WSJ는 "지난 수주간 글로벌 채권시장도 그리스 사태 당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며 "이는 아일랜드 부채 위기가 일반 기업 위기로 번지지 않으리란 기대감에다 유럽이 위기대응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유럽 각국 지도자들이 유로존을 사수하기 위해 최근 7개월 사이 두 번째 구제금융을 실시키로 결정했다"며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 독일이 유로존과 유로화의 안정이라는 더 큰 물고기를 요리하기 위해 아일랜드 지원이라는 '사소한' 부담을 감수했다"고 평가했다. EU 주요 회원국들이 유로존 변방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조기 진화에 적극 나선 덕에 최악은 피했다는 설명인 셈이다.
또 비(非)유로존 국가인 영국과 스웨덴까지 별도로 아일랜드 직접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도 아일랜드 사태가 유럽 전체의 위기로 번져선 안 된다는 공감대에 따른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EU가 지난 5월 그리스 사태 이후 조성한 유로존 재정안정기금이 7500억유로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900억유로(139조원) 수준인 아일랜드 구제금융 집행에 별 무리가 없다는 점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준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22일 도쿄외환시장에선 유로화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유로존의 위기 대처가 근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구제금융이 단기적으로는 (위기) 전염을 막겠지만 중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며 "이번 조치는 다른 나라들에 한숨 돌릴 틈만 준 것이고 특히 포르투갈은 아직 곤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구제금융 수용의 여파로 아일랜드에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도 심각하다. 여당인 공화당 주도 연정의 파트너로 참여 중인 녹색당의 존 곰리 대표는 "다음 달 예산안 처리 이후 연정을 탈퇴할 것"이라며 "구제금융에 대한 신임을 묻는 총선을 내년 1월에 실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야당들도 현 정부에 대해 "내년도 예산안 심의일인 내달 7일 이전에 총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구제금융, 근본처방 아니다"
이번 구제금융이 아일랜드 경제의 근본적인 처방책이 아니란 시각도 강하다. 아일랜드 정부는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앞으로 4년간 재정적자를 150억유로(23조원) 줄이는 초고강도 긴축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아일랜드 위기의 근원인 시중은행 부실채권이 현재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몰려 있지만 긴축 여파가 주택 시장까지 확산되면 은행들의 위기가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여기에 이번 아일랜드 사태 해결 과정에서 유로존의 위기 대처 시스템이 또다시 한계를 노출한 점도 부담이다. WSJ는 "5월 7500억유로 규모 유로존 재정안정기금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기금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재정위기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이 팽배했다"며 "하지만 막상 아일랜드에서 위기가 재발하면서 이 같은 기대가 근거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위기 전염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가시지 않으면서 다음 순서로 거론되던 스페인 등은 적극적인 대응 행보를 보였다. 스페인 일간 엘파스는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가 (아일랜드발 재정위기 전염 등)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스페인의 25대 기업 총수와 회동을 갖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