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엘리베이터 업체 쉰들러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4년 전 KCC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를 인수한 뒤 움직임이 없던 쉰들러는 올 들어서만 6% 가까이 지분을 늘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쉰들러그룹은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한국프랜지공업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9만5596주(2.8%) 전부를 지난 19일 160억원에 매입했다. 이에 따라 쉰들러의 보유 지분은 총 31.3%로 확대됐다.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쉰들러의 지분 확대 소식으로 4.31% 오른 7만2600원에 마감했다. 쉰들러는 스위스의 엘리베이터 업체로 2006년 5월 KCC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를 장외 매수한 이후 4년간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올 5월부터 이달 초까지 3.0%를 장내에서 매수한 데 이어 한국프랜지 보유 지분까지 가져온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쉰들러의 지분 매입단가가 현 주가보다 높다는 점이다. 쉰들러는 한국프랜지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주당 8만2000원에 사왔다. 4년 전 KCC에서 사들인 가격과 같은 수준으로,거래 당일(19일) 주가 6만9600원보다 17.8% 할증된 가격이다. KCC는 2006년 쉰들러에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넘길 때 시가보다 8.7% 낮게 팔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하는 와중에 쉰들러가 프리미엄을 주면서 지분을 늘리고 있어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쉰들러는 경영 참여 목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현대로지엠 등 현대그룹 측 지분이 48.2%에 달하기 때문이다. 쉰들러 측은 "한국의 엘리베이터 시장에 관심이 크다"며 "현대엘리베이터와 제휴 관계로 발전시킬 의향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쉰들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업 제휴를 맺은 것은 없다"며 "쉰들러는 지분 취득 이후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지분 추가 취득과 관련해서도 아무 언급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