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北核] 김태영 국방 "美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검토"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전격 공개했지만 한 · 미 양국이 '대화'와 '제재'라는 기존의 투트랙(two track) 대북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키로 한 것은 북한의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2일 만나 최근의 북 우라늄 사태에 대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번 행동은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한 보즈워스 대표는 "이번 일로 인해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포용을 위한 포용이나 단지 대화를 위한 대화를 믿지 않는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진전을 보여주는 것이 근본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6자회담이 끝난 게 아니라고 말했다. 북한이 경수로 건설에 이어 '우라늄 제조'라는 초강력 압박 카드를 내밀었지만 미국이 무릎을 꿇고 북 · 미 간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대북 제재를 접고 북한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아닐 것으로 본다. 나쁜 행동에 보상하는 것은 (미국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 미가 공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김태영 국방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전략적으로 고려할지 여부에 대해 "핵억제를 위한 위원회를 통해 협의하면서 지금 말한 부분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1991년 9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선언에 따라 철수한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문제를 미측과 앞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소장은 "이번 방북 기간에 만났던 북한 관리들은 아주 분명한 어조로 '북 · 미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비핵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장진모/구동회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