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그리스 재정위기 때와 이번 아일랜드 사태가 다른 점은 이번엔 유로존이 준비를 갖춘 뒤에 위기를 맞고 처리했다는 점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수용하면서 한 달 가까이 끌어왔던 아일랜드 위기가 해결 국면에 들어섰다. 아일랜드 사태 해결 과정은 구제금융 결정까지 6개월 이상 걸렸던 그리스 사태 때와는 여러 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지난주 금융시장이 요동치긴 했지만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 없이 EU와 아일랜드 정부가 구제금융에 합의했다"며 "과거 그리스 재정위기 때 해결책을 질질 끌다 상황을 악화시켰던 경험에 따라 각국 정부가 신속한 결정을 추구했다"고 보도했다.

주요 애널리스트들과 외교관들이 사태 해결을 미룰 경우 글로벌 시장 불안정이 심화되고 위기대처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이뤄 신속한 해결을 모색했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까지 유로존 변방에서 잇따라 재정위기가 발생하면서 유로 단일 체제에 대한 의문이 거세졌다는 점이 유로존이 조기 대응에 나선 이유로 거론된다.

실제 그리스 사태 당시 외부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독일이 이번 아일랜드 사태 때는 구제금융을 적극 독촉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사태 해결을 미룰 경우 유로존 전체의 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유로존의 핵심인 독일이 유로존 사수에 앞장선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독일이 유로존 안정을 되찾기 위해 아일랜드에 구제금융 수용 압박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그리스 사태 때와 달리 유로존이 이미 7500억유로 규모의 유로존재정안정기금을 마련,위기대응 체제를 마련했다는 점도 올초 그리스 사태 때와 다른 대응 양상을 보인 요인으로 지적된다.

또 근본적으로는 아일랜드 경제가 그리스보다 훨씬 '건전한' 상태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관광업 외엔 별다른 산업기반이 없던 그리스와 달리 아일랜드는 정보기술(IT),제약 분야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튼튼한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아일랜드 부채 중 공공부문 채무가 3% 수준에 그치는 데다 전체 부채의 60%가량이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이번 위기만 잘 넘기면 위기 해결이 훨씬 수월하다는 점도 별다른 이견 없는 구제금융의 요인으로 고려됐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