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에 6자회담 재개촉구할 듯"
"北에 추가적 상황악화 조치말라 요구 예상"

중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카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최근 방북했던 지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등을 통해 영변에 설치한 2천개 규모의 원심분리기 시설을 공개, 우라늄 핵무기 제조 의지를 간접적으로 비치면서 국제적인 '공조'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탓이다.

미국은 우선 북한의 행동을 '도발'로 규정하고 한국-미국-일본 공조를 바탕으로,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5자협의의 틀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어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등은 작년 5월 북한의 제2차 핵실험 강행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북한 옥죄기가 극도로 강화된 속에서 중국이 북한의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중국을 활용해 우회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려는 기색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런 우라늄 핵무기 제조 능력 과시는 지난 2차례의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점에서 중국도 어떤 형식으로든 공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이와 관련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경보(新京報)가 22일 뉴욕타임스 등을 인용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인 원심분리기 등을 공개한 것은 "놀랄만한 일"이라고 보도했으나 신화통신 등의 관영매체는 관련보도를 삼가는 등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우선 중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카드를 사전에 알았는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 가지 관측이 있으나 최근 정황을 바탕으로 판단해보면 중국 역시 몰랐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실제 한반도 상공의 위성을 통해 영변에서 수개월 전부터 모종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게 포착됐으나 그게 핵무기를 위한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인 원심분리기 설치 공사였다는데 국제사회가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이고 중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시각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북한의 원심분리기 설치 공사를 몰랐다는 정황은 여러군데서 감지된다"며 " 그로인해 중국 역시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올들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두차례 방중, 노동당 대표자회 개최와 창당 65주년을 계기로 고위층 인사교류를 통해 북한에 적지 않은 원조를 줬는가 하면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알리면서 정치.경제 협력을 긴밀하게 해온 점에 비쳐볼 때 북한이 우라늄 농축카드를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면 그 배신감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북한의 '일방통행식' 외교는 쉽게 찾아진다.

작년 5월의 제2차 핵실험이 단적인 사례다.

당시 북한은 중국에도 사전통보를 하지 않은 채 실험을 강행했다.

그에 대해 중국은 적지 않게 분노했다.

외교부 논평을 통해 북한에 대해 '제멋대로'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화를 냈었고 이례적으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도 했다.

베이징의 다른 소식통은 "중국의 현재 입장이 난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이 유엔 안보리에서 의장성명으로 마무리된 후 북한과 공조로 6자회담 재개 노력을 기울이는 와중에 다름아닌 북한이 우라늄 농축카드로 국제사회를 또 다시 위협하는, 다시 말해 비핵화의 진정성을 의심케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데 대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중국이 이번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보일 지를 현재로선 관측하기 어렵지만 기존 북한 해법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행위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기존 논의의 틀을 부정하는 사실상 도발이라는 점에서 중국 역시 북한을 뺀 '5자협의' 구도를 완전히 부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무엇보다 작년 5월 제2차 핵실험 이후 북중관계 긴밀화를 통해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아왔다고 보고 있으나 이번 우라늄 농축 사태를 계기로 미국 등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면 오히려 북한이 추가적인 '강수'를 둬 상황이 악순환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중국은 우선 북한의 원심분리기 설치 시설과 그 의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입장을 정하고 한국.미국.일본.러시아 등의 6자회담 참가국과의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이번 우라늄 농축카드가 실제 우라늄 핵능력을 과시하면서도 북미대화를 유도하려는 이중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면밀히 관찰해 절충점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북한이 영변의 원심분리기로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고 관련설비를 외국에 수출할 가능성, 그리고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 3국에 '전략적 인내'로는 북한의 핵능력만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우선 6자회담 재개에 나설 것을 촉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우라늄 농축 문제를 6자회담의 정식 의제로 올려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이 만에하나 제3차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 경우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북한의 추가적인 상황 악화조치를 차단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2일 서울에 이어 도쿄와 베이징을 차례로 찾고,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이날 방중해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우라늄 농축문제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