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로 결정함에 따라 진정될 듯 했던 유럽 금융위기 우려가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아일랜드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녹색당이 브라이언 코웬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등 내부 정정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는 구제금융 지원 반대 움직임까지 거세게 일고 있다.유럽 증시도 하락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 경고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날 주간 신용등급 전망을 통해 “아일랜드가 은행위기와 관련해 구제금융을 받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가신용등급이 수단계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구제금융이 개별 은행에 투입되면 일시적으로 부실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개선되겠지만 국가 부채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현재 아일랜드 국가신용등급은 Aa2로 아직은 투자적격 상태다.무디스는 특히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수용은 결국 은행과 은행이 취급하는 상품의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가 나오면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한때 0.4% 하락한 1.3624로 밀리고,8.11%까지 하락했던 아일랜드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다시 8.3%로 반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실비안 브로이어 나티시스 유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금융위기의 불씨가 아일랜드 구제금융 만으로는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 정치불안…총리 “사퇴 안한다”

아일랜드 정정 불안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요소로 떠올랐다.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녹색당은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구제금융 이후인 1월 조기총선을 통해 국민에게 정치적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고 이날 BBC방송이 보도했다.연립정부 환경장관을 맡고 있는 존 곰리 녹색당수는 이날 구제금융 협상이 끝나고 정부의 2011년 예산안이 통과된 이후인 1월 중순 이후 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코웬 총리는 그러나 사임 요구와 관련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며 버틸 기세여서 구제금융 수용 여파가 당분간 아일랜드 내 정정의 갈등 구도를 초래할 조짐이다.그는 “긴축재정안 처리를 늦출 경우 아일랜드에 해가 된다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서 “2014년까지 정부 예산을 대폭 줄이는 내용의 긴축재정안을 다음달 1일까지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코웬 총리는 특히 “긴축재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1월 하원을 해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내 여론 악화 “우리탓 아닌데 돼 나서나”

구제금융 지원 결정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커진다.아일랜드 지원이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의 재정 부담과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정책연구소인 애덤스미스 연구소측은 정부의 개입을 ‘나쁜 거래’라고 비판했다.보수당 역시 이번 결정이 재무부의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국민 여론도 좋지 않은 편이다.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이 아일랜드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이는 납세자들에게 최소 70억파운드 이상의 세수를 확충해야 하며 가구당 300파운드꼴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3일 보도했다.

전직 장관인 존 레드우드 보수당정책그룹 공동의장은 “우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구성원도 아닌데 왜 나서야 하는가”라고 자문한 뒤 “영국이 정말 이 위기를 타개하고 싶다면 아일랜드가 유로화 사용을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관우/김정은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