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품 안에 넣게 되면 국내 금융권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국내 금융권은 그동안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3강과 1중(하나금융) 체제였으나 앞으로는 `4강 체제'로 바뀐다.

금융권은 소매영업과 개인자산관리(PB) 업무에 강한 하나은행과 기업금융 및 외환업무에 강점이 있는 외환은행이 합병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빅4'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영업 및 자산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빅4'체제 확립..하나금융 서열 3위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 200조원(3분기말 기준)의 하나금융이 116조2천억원의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자산 316조원대의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게 된다.

자산 규모로만 보면 우리금융(332조3천억원), KB금융(329조7천억원)에 이어 3위로 신한금융(310조원)을 앞선다.

두 은행의 강점 또한 달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금융권에서도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 대신 외환은행 인수로 방향을 튼 것은 "잘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은 국내 353개, 해외 27개 등 총 380개의 지점망을 갖추고 있다.

하나금융은 국내 649개, 해외 법인 및 지점 9개 등을 갖춰 두 은행이 합치면 영업망은 1천여개가 넘는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광범위한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외환은행은 올해 외환부문에서 시장점유율이 45%에 달하는 등 외환과 무역금융 업무에서도 독보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화증권의 박정현 수석연구위원은 "하나은행은 리테일(소매영업) 중심이고 외환은행은 수출 기업 영업 중심으로 대기업과 여신거래도 많아 업무가 겹치지 않는다"면서 "중복고객을 제외하더라도 고객 수만 1천400만명에 달해 대형화에 따른 시너지는 충분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회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자산 규모가 커지는 만큼 신한금융의 시장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고 영업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다만 신한금융은 시스템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의 한 임원도 "4강 구도가 되면 건강하게 경쟁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며 "긴장되기는 하지만 외환과 국제금융 등 약점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증권의 박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은행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4대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시너지 효과, 시간 걸릴 듯"

그러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내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 이후에도 `외환은행' 행명을 변경하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하는 2개 은행 경쟁 체제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외환은행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시각은 다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두 은행이 시너지를 내려면 궁극적으로 합병을 해야 하며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만약 두 은행이 합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외환은행 직원들이 하나금융으로의 인수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하나금융 계열사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1971년 한국투자금융으로 출발해 외환위기 직후 충청은행, 보람은행을 잇달아 합병했고 2002년말에는 서울은행 인수에 성공하며 덩치를 키웠다.

내부적으로는 출신 은행이 다른 직원들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여전한 상황이다.

따라서 직원들간 화합 등이 선결돼야 본격적인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최현석 박상돈 기자 fusionjc@yna.co.krharrison@yna.co.kr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