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원 이상을 현금으로 보유하라니요. 그래도 버텨 보려고 5억원을 사채로 막고,생떼같은 이자를 꼬박꼬박 물고 있습니다. "

중소 건설사들이 때아닌 '현금쌓기 경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건설업 등록기준 실태조사'를 앞두고 중 · 소건설사들이 실질자본금 기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미분양에다 극심한 수주빈곤에 시달려온 영세 건설사들은 회사 자본금과 운영비를 마련하느라 초비상이다.

연 매출 90억원의 소형건설사인 서울 방배동 K건설 관계자는 "이달까지 신고해야 할 건설업 등록기준 실사에 대비해 최근까지 급전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운영경비가 바닥나는 바람에 공사수주 활동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진장욱 대한건설협회 건설정보실장은 "종합건설업체인 토목건축공사업(법인)으로 등록하려면 현행법상 실질자본금 12억원 이상을 2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며 "정부에선 허위 · 부실업체를 걸러내기 위해 부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건설협회는 국토해양부의 조사업무를 위탁받아 이달 말까지 등록기준 현황을 조사한다. 이번에는 2008년 실질자본금 확보를 기준으로 실시 중이고,결과는 내달 31일까지 각 시 · 도에 전달된다. 기준 미달업체는 6개월 영업정지나 등록말소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올해는 건설경기 악화로 퇴출업체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게 협회 측 전망이다.

건설산업정보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종합건설사(토목건축공사업체 3955곳) 가운데 48%가 수주실적이 하나도 없었다. 시공능력 순위 1000위 이상 소형종합건설업체의 '실적 제로(0) 비율'은 작년 상반기 46%에서 올해는 52%로 늘었다.

경기도 수원의 J건설 관계자는 "이달 실사를 간신히 통과해도 내달부터 '2009년 자본금 실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유동성이 취약한 영세 건설사는 생존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평가기준을 강화(현금 2개월 보유)하고,무차별 실사를 지속하면 자칫 일시적 경영난에 빠진 유망 건설사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