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리바이스，아디다스，루이비통，페라가모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한 회사의 지퍼를 쓴다는 것이다. 1934년 일본에서 요시다 다다오가 설립한 YKK가 그 주인공.세계 시장 점유율 50%로 10만개가 넘는 고객사를 갖고 있는 YKK.수천 개 중국 업체들의 초저가 공세에도 굳게 버티며 연 매출 43억달러(4조8600억원)，영업이익률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 비결을 알아보자.

우선 YKK는 자사의 제품을 단순히 '지퍼'로 한정짓기보다 '열고 닫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가치를 부여한다. 이 같은 가치 부여는 수분의 유입을 막는 방수지퍼나 고리를 들어올려야만 내릴 수 있는 안전지퍼 등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지퍼를 단추의 대용품으로만 보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YKK는 또 '잘 열리고 닫힘',즉 품질의 절대적 우위를 추구한다. 지퍼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여닫는 과정이 반복되는 지퍼는 품질과 내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YKK는 생산설비 일체를 일본에 두고 있다. 생산 기계에서부터 천，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품과 장비를 물가가 비싼 일본에서 조달한다.

그래서 YKK 제품은 1만번 이상 열고 닫아도 끄떡없다. 내구성 수준이 1000회에 불과한 중국 제품과 차별화하는 요인이다.

'메이드 인 재팬'을 고집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고객사의 변화에 발빠르게 맞추기 위해서다. YKK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인 유니클로는 패스트 패션의 선두주자다. 2주마다 제품 구색을 바꾸는 유니클로에 생산 주기 단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YKK는 어떤 지퍼 모양도 주문 즉시 생산이 가능하다. 지퍼 생산기계를 자체 제작하기 때문에 복잡한 지퍼도 금방 만들어 낼 수 있다. 고객들이 YKK를 계속 찾는 이유다.

YKK가 세계적 기업이 된 또 하나의 이유는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이다. 청바지 제조사인 리바이스에 YKK가 독점 공급하게 된 과정이 이를 보여준다. 원래 리바이스는 납품업체로부터 지퍼를 대량으로 구입해 일일이 손수 청바지에 박음질하는 과정을 거쳐 제품을 만들었다. 이를 자세히 관찰한 YKK는 지퍼를 자동으로 청바지에 박음질해주는 기계를 제작해 리바이스에 제공했다. 물론 이 기계는 YKK에서 생산한 지퍼만 박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리바이스는 생산공정 효율화에 도움이 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YKK는 지퍼 독점 공급권을 따낼 수 있었다. 단순 부품으로서의 지퍼만 본 것이 아니라 청바지가 만들어지는 공정 전체를 바라본 결과였다.
[IGM과 함께하는 경영노트] "지퍼에도 명품이 있다" YKK, 세계를 제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