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과 국내외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가,산업자본,우리사주조합 등이 각각 5~9%의 지분을 보유하는 과점 주주 방식이 은행지배구조의 새로운 모범이 될 수 있다. "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남주하 서강대 교수(사진)는 최근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국내 은행의 지배구조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새로운 은행지배구조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은행지배구조에 대해 "현재 지분이 지나치게 분산돼 주주들이 주인 행사를 못하고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주주들이 주인 행사를 할 수 있는 과점 주주 방식의 소유구조가 현실적으로 적절하다"고 밝혔다. 특히 은행에 대한 전문성과 능력이 검증된 금융회사나 대기업 등 거래기업들에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최선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지배구조는 없다"며 "구체적 경험을 통해 진화할 수밖에 없고 지금은 다른 은행들에서 나타나는 지배구조의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유지배구조의 정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장기투자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이 최소한 30% 이상의 지분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서 은행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행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 유착해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거나,카리스마가 강한 최고경영자(CEO)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는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남 교수는 "과점 주주들이 은행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주 중에서 장기 투자 의사를 밝힌 주주에게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부여해 경영진을 견제하도록 하는 등 간접적 경영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계기로 인수 · 합병(M&A)에 의한 메가뱅크 탄생을 통해 금융산업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우리나라의 금융 자율화가 진행된 지 10여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형화가 추진돼 짧은 기간에 이미 은행 규모가 커질만큼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남 교수는 "위험관리 능력이나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규모 금융회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어렵다"며 "특히 500조~600조원 규모의 메가뱅크 탄생은 대형화에 의해 위험이 단순히 산술적으로 증가하는 게 아니라 전이효과에 의해 금융시장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화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국제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남 교수는 "지금은 200조~300조원 규모의 은행들이 각자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며 대형화는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하는 것이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