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말레이시아의 3분기 경제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랜드 사태로 재부각된 유럽 리스크와 글로벌 수요 감소 등이 수출에 의존하는 동남아시아 경제에 타격을 준 탓이다. 경기과열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과 현지 통화 강세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성장세가 꺾임에 따라 이들 국가의 긴축정책이 한층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22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2분기의 9.2%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전 분기 대비로는 2분기 0.6% 감소에 이어 3분기에도 0.2% 위축됐다. 태국 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B)는 "바트화 강세와 대규모 홍수로 3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태국 바트화는 올 들어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달러 대비 11% 절상됐다.

또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초까지 지속된 홍수로 233명이 숨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수출과 농업 생산이 크게 줄었다.

말레이시아의 3분기 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5.3%로 전 분기의 8.3%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제조업은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7.5% 성장했다. 수출 증가율도 전 분기의 절반 수준인 6.6%에 그쳤다. 특히 9월 수출 증가율은 10개월 만에 최저였다. 제티 아크타르 아지즈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성장률은 내년 1분기까지는 둔화됐다가 하반기 들어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장세가 주춤함에 따라 올 들어 경기과열을 우려해 앞다퉈 금리 인상에 나섰던 동남아 국가들의 긴축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 7월과 8월 연달아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지난달엔 금리(연 1.75%)를 동결했다. 태국 NESDB는 불안한 경제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내년에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라울 바조리아 바클레이즈은행 애널리스트도 "태국의 수출 증가율이 글로벌 수요 약세로 향후 6개월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월 이후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한 말레이시아도 9월과 이달엔 연 2.7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내년 1월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