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던 주식워런트증권(ELW)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말 ELW시장 건전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일평균 거래대금은 20% 가까이 줄었다. 지난 9월 초 도입된 KOBA워런트(조기종료ELW)도 초반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ELW 시장의 투자 과열이 한숨 진정된 만큼 앞으로는 시장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견해다.

◆시장 감시에 스캘퍼들 몸사려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일평균 2조원을 돌파하며 급증해온 ELW 거래대금은 이달 초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일평균 ELW 거래대금은 1조6779억원으로,지난달 2조679억원에 비해 18.8% 감소했다. 4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체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ELW 거래대금 비중도 31.7%에서 24.7%로 7.0%포인트 하락,5월 이후 처음 30%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증시가 급등락하면서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볼 수 있는 ELW 거래는 활기를 띨 만한 상황이었다. 11일 옵션만기일 쇼크로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ELW 거래대금은 옵션만기일 직후 하루 1조9000억원 규모로 반짝 늘어나는 듯했지만 사흘 만에 1조5000억원대로 원상복귀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달 말 ELW시장 건전화 대책이 발표된 이후 하루 거래대금 2조원을 넘어선 적이 없다"며 "특히 이달 초 증권사에 대해 불공정 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통보한 이후 스캘퍼(일명 슈퍼메뚜기)들의 거래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29일 ELW시장의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초보자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개선책을 발표했다.

초단타 거래를 일삼는 스캘퍼의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과 거래소가 감시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증권사들이 스캘퍼에게 별도의 전용회선 배정,수수료 인하,주문 프로그램 제공 등 유치 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감독의 눈이 스캘퍼로 향하자 이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며 "유동성공급자(LP) 평가제도가 강화되면서 증권사들의 호가 제공도 신중해졌다"고 설명했다.

◆KOBA워런트도 거래 활기 줄어

9월 도입된 KOBA워런트는 석 달 연속 거래량이 줄고 있다. 이달 들어 일평균 거래대금은 1608억원으로 9월(4618억원) 거래대금의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전체 ELW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도입 초기 KOBA워런트로 옮겨갔던 스캘퍼들이 다수 이탈하면서 시장이 정상화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KOBA는 대부분 깊은 내가격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기존 ELW보다 레버리지가 낮다"며 "금융위기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KOBA워런트가 유리하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장 건전화 대책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 상반기에는 ELW시장이 다시 주춤할 전망이다. 내년 2월부터 신규 투자자는 별도 교육을 받아야 거래할 수 있고 기존 투자자들도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내년 5월부터는 매도만 가능해진다. 유지은 맥쿼리증권 상무는 "거래 과열이 어느 정도 잡힌 만큼 이제부터는 상품 다양화 등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출 단계"라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내가격·외가격

내가격(ITM · in the money)은 콜옵션이나 콜ELW에서 기초자산(지수 · 종목) 가격이 행사가격보다 높을 때(풋옵션에선 낮을 때)를 가리킨다. 저렴한 가격에 기초자산을 사거나(콜) 비싼 값에 팔 수 있어(풋) 이익이 나는 상태다. 반대로 외가격(OTM · out of the money)은 콜옵션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이 행사가격보다 낮아(풋옵션에선 높아) 이론적으로는 가치가 없다. 기존 ELW는 주로 외가격에서 거래돼 레버리지가 높지만 손실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