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연평도 육상으로 해안포를 발사하자 이명박 대통령과 안보 당국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 대통령은 긴급 외교 · 안보 장관 회의를 소집했으며 군 당국은 국지도발 최고 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공격 직후인 오후 2시40분께 청와대 지하벙커에 위치한 위기관리센터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로부터 북한의 공격 및 우리 군의 대응,민간인 피해 상황을 보고받았으며 한민구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화상회의를 갖고 실시간 작전 지시를 내렸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리얼 타임'으로 (북한의)포가 몇 발이 어떻게 오고 있는지 보고를 받고 '몇 배로 응징하라'고 했고,해안포 부근에 미사일 기지가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타격하라는 지시도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 4시35분께 긴급 외교 · 안보 장관 회의를 열고 북한의 공격 의도를 분석한 후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들과 청와대 구내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한 이 대통령은 오후 8시48분께 외교 · 안보 장관회의를 잠시 멈추고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전격 방문 ,한 의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들로부터 20여분 동안 연평도 피격 사태와 관련한 상세한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강경 발언들을 쏟아냈다. 민간에 대한 무차별 포격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며 추가 도발 땐 몇 배의 화력으로 응징하라는 게 요지다. 이 대통령은 "백 번의 성명보다 행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군의 의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직도 북한이 공격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볼 때 추가도발도 예상되므로 몇 배의 화력으로 응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다시는 도발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도적 지원을 하는 대한민국을 무차별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교전수칙은 물론 지켜야 하지만 민간에 대해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상대에게는 이를 뛰어넘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거듭 지시했다. 향후 군의 대응에 따라 한반도 긴장 국면이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홍상표 홍보수석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행위는 대한민국에 대한 명백한 무력도발이며 △민간인에 대해서까지 무차별 포격을 가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고 △추가 도발 땐 단호히 응징할 것이며 △북한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합참 방문 후 청와대로 돌아와 밤 10시까지 외교 · 안보 장관회의를 주재한 후 참모들과 밤 늦게까지 대책을 논의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위기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전군의 경계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한 확고한 군사대비 태세를 완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의장과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은 화상전화를 갖고 연합위기관리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합참이 밝혔다. 통일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