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오히려 삐걱이고 있다. 현대그룹이 조달한 인수자금의 건전성 논란이 확산되고,이에 대한 소명 여부를 놓고 채권단과 현대그룹간 다툼이 벌어지면서 양해각서(MOU) 체결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현대그룹은 23일 외환은행에 자금조달 내역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채권단은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대신 자료에 대한 진위 확인과 추가 자료가 필요한지 등을 논의해 24일 밝히기로 했다. 소명자료 제출 만으로 논란이 잦아들지 알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채권단,소명 없이 MOU 없다

현대그룹은 소명서를 통해 현대건설 인수자금 중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 예치된 1조2000억원은 이 은행에서 담보 없이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또 동양종금증권은 재무적 투자자로 8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며 풋백옵션(일정한 금액에 주식을 되사야 하는 조항)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다만 2년 9개월 후에 동양 측에서 풋백옵션을 요청할 경우 이를 협의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고,보장수익률 등은 협의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말을 아낀 채 현대그룹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논란 해소를 위해 추가 자료가 필요한지 등을 협의해 24일 밝힐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나티시스은행에서 자산이 33억원에 불과한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에 무려 1조2000억원을 담보 없이 신용대출했다는 게 현대그룹 주장인데,과연 믿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출계약서 등이 공개되면 좋겠지만 채권단에선 검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채권단은 앞서 현대그룹의 소명이 있어야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MOU를 맺을 수 있다며 자금출처 소명을 강력히 요구했다. 채권단 등에 따르면 본입찰에 제출한 자금조달 내역 중 허위나 위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현대그룹은 인수대금 5조5100억원 가운데 1조2000억원을 나티시스은행 예치금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혔으나 출처 의혹이 제기돼 왔다.

◆수그러들지 않는 인수자금 논란

현대건설 노조는 이날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부터 제기되고 있는 현대그룹의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치금 1조2000억원에 대한 실체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기업을 매각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해야 함에도 채권단은 의혹만 부풀리고 있다"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매각 무효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을 선정한 채권단 심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단체나 개인에 대해 필요하다면 민 · 형사상의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자금 조달 증빙에 대한 판단은 채권단에서 이미 최종 결론 내린 것으로 입찰 참가자나 그 밖의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에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 당국이 입찰 관계자들을 불러 추궁하고,일각에서 근거 없는 의혹을 들어 적법하게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에 흠집을 내려는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태훈/박동휘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