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언론들은 23일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일제히 온라인 톱뉴스로 긴급 타전한 뒤 실시간으로 속보를 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외신들은 특히 이번 사건이 북한의 핵프로그램 공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각국 정부들도 한반도의 정세 악화를 걱정하면서 관련국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미 언론,한반도 긴장 고조에 우려

AP통신은 이날 오후 3시께(한국시간)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북한이 연평도에 수십발의 포 공격을 했고 한국 측도 대응 사격을 했다"고 1보를 타전했다.

이어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AP통신의 보도를 인용한 후 속보를 계속 내보냈다.

AP통신은 "이번 공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9월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화하고 지난 20일에는 새로운 우라늄 농축 시설의 존재가 밝혀져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된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NYT는 "북한의 공격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지 수일 만에 벌어졌다"며 "이번 사태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새로운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울발 기사에서 "포탄은 해주 남쪽지역에 있는 북한 군부대에서 오후 2시34분께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공격은 올 들어 천안함사태 이후 북한의 두 번째 공격"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999년 이후 최근까지 남북한 간 10여차례의 교전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사실을 미국 시간으로 23일 새벽 4시에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오전 4시가 채 되기 전에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의 연락을 받고 잠에서 깼다"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전언을 이용해 보도했다.

◆日신문,호외 발행…NHK 긴급뉴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이날 북한의 도발로 연평도에서 발생한 남북한의 포격전과 관련,"내각에 국민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만전의 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간 총리는 이날 근로감사의 날 휴일을 맞아 휴식을 취하다 북한의 포 사격 사실을 보고받고 오후 4시45분께 총리실로 긴급 출근했다. 간 총리는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 등과 포격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는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에게 정보 수집과 예기치 않은 사태에 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연평도 포격이 발생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오후 3시20분께 총리관저에 있는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오후 북한 군의 연평도 도발 소식을 '호외'로 발행해 전했다. 이 신문 1면엔 북방한계선(NLL) 남측 연평도가 북한 군의 포격으로 불타고 있는 사진 등이 실렸고,북한 군 도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보도했다. 공영방송인 NHK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서울 특파원을 연결, 긴급 속보를 전하며 북한이 연평도 주변 해역이 아닌 육지를 공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항공(JAL)은 이날 오후 3시35분 하네다공항~김포공항행 항공기의 출발을 45분 늦춰 오후 4시20분에 이륙시켰다. JAL 관계자는 "연평도에서 남북 간 교전이 있다는 긴급뉴스에 따라 항공기 한 편의 이륙을 연기했지만 이후엔 정상 운항했다"고 말했다.

◆유럽 "정당한 이유 없는 공격" 비판

로이터통신은 온라인 톱뉴스로 이번 사태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이번 사건은 6 · 25전쟁 이후 남한에 대한 가장 강도 높은 북한의 공격이었다"고 평가했다. AFP통신도 "6 · 25전쟁 이후 남북한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가장 심각한 사건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BBC는 '한국 국경에 포 사격'이라는 긴급 기사를 통해 "한반도는 1953년 6 · 25전쟁 휴전 이후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북한의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격"이라며 "북한은 적대적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도 "최근 북한의 포격사태로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사태와 관련한 모든 당사자들이 행동을 자제하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남북간 포격 결투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이 큰 고민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이타르타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신속히 전하면서 정부가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남북 간 포격 등 긴장이 고조되면서 거대한 위험이 조성되고 있다"며 "공격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완/김동욱/장성호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