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에 큰 폭으로 올랐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8원(1.05%) 급등한 1137.5원에 거래를 끝냈다. 이날 환율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에 상승 압력을 받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정 우려에 원달러 환율은 전일종가보다 5.3원 오른 1131원에 출발했다. 개장 후 1129.8원까지 잠시 저점을 낮추기도 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며 장중 한때 1140.7원까지 올라갔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아일랜드 재정 위기가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등 다른 유럽 국가들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위험자산 거래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외환은행 인수 관련 소식도 환율의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대금이 약 40억달러(4조7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며, 서울 환시에서 미 달러화로 환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달러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환율은 고점 부근에서 나온 수출업체의 네고물량과 롱스탑성(손절매도) 움직임에 오름폭을 줄이면서 1130원대 후반에서 장을 마쳤다.

변지영 우리선물 외환연구원은 "유럽 재정우려에 유로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며 원달러 환율에는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며 "중국의 긴축정책과 증시 하락도 이어지며 추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환시 장 마감 전후해서 퍼진 북한 교전 관련 소식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마감 후 역외 시장 환율은 직격탄을 맞아 폭등했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1개월물) 환율은 오후 4시께 40원이상 급등한 1180원선에서 '테이큰'(거래 체결) 됐으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시장참가자는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며 "정확한 피해 상황과 정부의 일차적인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오후 6시부터 이주열 한은 부총재가 주관하는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연평도의 포격 사태와 관련한 각 부서의 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변 연구원은 "민간 부분의 피해만 보더라도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번 북 도발이 어떤 식으로 맺어지든 추가적인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거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기술적 저항선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상단은 열려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40포인트(0.79%) 떨어진 1928.94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19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제 환시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오후 4시 57분 현재 1.3571달러에, 엔달러 환율은 83.65엔에 거래 중이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