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조정을 보이자 자문형 랩을 찾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 지수 하락을 투자 기회로 활용하려는 이른바 '스마트 머니'가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진철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운용팀 과장은 23일 "최근 출시한 자문형 랩 상품이 고액 자산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인기리에 판매됐다"며 "주가가 하락하자 이를 투자 기회로 삼으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1900대 초반에서 움직이던 지난 15일 전국 각 지점에서 출시한 '브레인 목표수익전환형 9호'가 판매를 시작한 지 5분 만에 모집액 500억원을 다 채우고 마감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은 9호 상품에 대한 반응이 뜨겁자 17일 '브레인 목표수익전환형 10호'를 서둘러 내놨는데,여기에도 이틀 만에 1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문 과장은 "지금까지 목표수익전환형 랩을 여러 차례 판매했지만 투자자들이 이번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받은 기회를 틈타 랩 상품에 가입하려는 대기자금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예상이 적중했다"며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발빠르게 고수익을 찾아다니는 스마트 머니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지난 11일 옵션만기일 때 발생한 단기 충격으로 크게 빠지자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던 고액 자산가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랩 상품뿐만 아니라 최근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는 이달 19일 17억원이 순유입되면서 3일 연속 자금이 들어왔다. 옵션 쇼크에 이은 대외 악재로 증시가 하락하자 펀드 환매보다 신규 가입이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