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또오기하이퍼마켓(대표 이윤근)은 최근 동네 슈퍼마켓으로는 이례적으로 인터넷 판매망을 따로 구축했다. 슈퍼마켓을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로 배달 주문하는 일반 슈퍼마켓과 달리 인터넷몰 덕분에 고객이 늘면서 매출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인근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서면서 상당수 동네 슈퍼마켓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마트 · 홈플러스 등 SSM이 일반 주택단지까지 파고들고 있다. SSM이 기존 소형 슈퍼마켓의 영역까지 잠식하면서 소상인들은 경영난에 그치지 않고 생계 위협에까지 내몰리기도 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SSM 확대로 전통시장을 비롯한 중소 유통업체들의 79%가 경기 악화를 경험하고 있고, 34%는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또오기하이퍼마켓은 정보기술(IT)을 접목하면서 동네 슈퍼마켓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한계를 벗어났다. 동네 슈퍼마켓은 규모가 작아 판매제품의 품목이 한정되고 판매방식도 방문이나 전화 주문 등으로 제한적인 데다 고객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오기하이퍼마켓은 SSM의 시장 잠식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주택단지 슈퍼마켓의 판매 및 고객 서비스 지원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윤근 사장은 먼저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고객들이 인터넷으로도 슈퍼마켓의 물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스티커를 나눠주는 구태의연한 고객관리 방식에서 탈피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매한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제공하고,단골 고객에게는 문자서비스(SMS)로 쿠폰과 이벤트 정보를 발송하는 등 체계적인 고객관리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판매경로가 온라인으로 확대되면서 판매가 가능한 상품군이 대폭 늘어났고, 재고관리도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이 사장은 "보통 컴퓨터에 익숙지 않은 중소 슈퍼마켓 점주들은 인터넷 판매망을 적극적으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인터넷 판매장 구축을 통해 기업형 슈퍼마켓과도 경쟁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젊은 고객들까지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정보화 시스템 도입 이후 이전 대비 약 10%의 매출이 늘어났고, 새로운 유통 경로인 인터넷 쇼핑몰로 월 2~3건 이상의 주문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 인터넷 쇼핑몰이 더 활성화되면 온라인 판매를 중심으로 슈퍼마켓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