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산전, 전기車 부품·스마트 그리드에 '미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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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비즈니스' 영토 확장
내년까지 1400억 이상 투자…장기 성장동력 확보 발판
'스몰 M&A' 강자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시너지…주력 外 사업은 떼어내
내년까지 1400억 이상 투자…장기 성장동력 확보 발판
'스몰 M&A' 강자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시너지…주력 外 사업은 떼어내
"자동차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전력기기를 40년 이상 다뤄온 전문회사다. 전기라면 자신이 있다. "
지난 6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GM(제너럴 모터스) 본사.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장부품 납품의 운명이 갈리는 협상 테이블에 앉은 구자균 LS산전 부회장(53)은 GM 구매담당 부사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동차도 모르면서 차 부품을 어떻게 하겠느냐'란 면박이 돌아오지 않을까 내심 마음을 졸였다.
◆세계 전기차 부품 시장에 도전
LS산전은 1974년 세워진 전력기기 회사다. 일반인들에겐 익숙지 않은 개폐기 차단기 등의 전력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저압부터 고압,초고압까지 전력기기 관련 제품은 모두 만드는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1조4000억원대에 달한다.
신사업 확보를 위해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보던 그가 발견한 것은 연구소의 수행과제.1993년 국책과제로 진행한 전기자동차용 부품 개발이었다. 구 부회장은 "산업용 인버터를 변형해 전기차 배터리에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는 EV릴레이와 인버터 등 부품 기술을 개발하게 될 줄은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고 말했다.
GM의 1차 협력사가 된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1000억원 규모의 샘플을 수주한 데 이어 굵직한 세계 각지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부품 샘플을 보내달라"고 요청해왔다.
◆'스몰 M&A(인수 · 합병)'로 신사업 확보
LS산전은 전기차 부품 사업과 함께 소규모 투자 자금으로 신사업의 기틀을 확보하는 '스몰 M&A'에 나섰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았다. 작지만 LS산전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기업들을 골라 인수하기로 했다. 2008년 11월 전력선 통신업체인 플레넷을 인수하며 첫 M&A에 성공했다. 이후 자동화시스템 업체인 메트로닉스(LS메카피온 · 2009년),중국 전력기기 업체 호개전기(2010년)를 사들였다.
◆굴뚝에서 융 · 복합으로…스마트 그리드
LS산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다. 현재 전력기술에 정보기술(IT)의 힘을 더한 융 · 복합산업을 뜻하는 말로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하도록 하는 데 맞춰져 있다. 예컨대 스마트 그리드 시대가 열리면 전기요금이 싼 심야시간대에 세탁기를 돌리고 전기차를 충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태양열과 풍력,지열을 사용해 TV를 켜고 남는 에너지는 되팔 수도 있다.
LS산전은 M&A를 통해 확보한 신사업과 전력기기 사업을 한번에 꿸 수 있는 흐름이 스마트 그리드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반년에 한 개꼴로 새 회사를 세우거나 M&A를 성사시킨 데는 나름의 일관된 목표와 흐름이 있었다는 얘기다.
LS산전은 지난 2년간의 노력으로 에너지 생산(태양광발전)-전달 및 저장(전력 손실을 낮춰주는 초전도 기술,빌딩 에너지 솔루션,연료전지)-사용(전기차용 전장부품과 LED조명)에 이르는 사업군(群)을 모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에너지를 다루는 데는 정통한 기업"이라며 "앞으로 그린 비즈니스 연구 · 개발(R&D) 등에 내년까지 1400억원 이상을 투자해 2015년까지 매출 2조1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시장 집중 공략
지난 4월 중국 배전업체인 호개전기를 인수한 뒤 LS산전 임직원 사이에선 중국어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 시장 매출을 100% 늘리겠다는 목표도 정했다. 내년께 중국에서만 2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기로 했다.
현지화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고압 · 저압 전력기기는 세계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품질면에선 뒤처지지 않는데,중국 시장에서 안 팔리는 이유를 따져본 뒤 내린 결론이다. 구 부회장은 "현대자동차,LG전자,삼성전자가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을 보면 현지기업처럼 움직인다"며 "LS산전도 중국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글로벌 회사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