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이 유리창 등 건물 바깥에 페인트처럼 칠해서 태양광에너지를 얻는 '태양전지용 유기염료(염료감응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태양전지용 유기재료 개발업체인 솔라시스(대표 계광열 · 사진)는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핵심재료인 염료의 분자를 조작해 흡광계수가 큰 염료 화합물의 설계와 합성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 분야 최고권위자인 마이클 그라첼 스위스 로잔공대 교수와 공동개발한 새 염료화합물은 넓은 파장 영역에서 빛 흡수를 유도하는 안테나 기능의 화학적 화합물을 첨가한 것이 특징이다.

이 연구에서 솔라시스 연구진은 태양전지용 염료의 설계와 개발을,그라첼 교수팀은 전지의 제작 및 검증 부분을 각각 맡았다. 그라첼 교수는 1991년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했으며,솔라시스와 2년여에 걸쳐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계 대표는 "지금까지 연구 결과 화학적 안테나를 첨가한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효율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태양전지용 염료에 관한 연구 결과가 최근 영국 왕립 화학학회지 11월호에 소개될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식물의 광합성원리를 모방해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차세대 태양전지다. 이 방식의 태양전지는 투명성과 유연성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이론적으로는 투명한 색상 때문에 건물의 유리창에 부착해 가정용 난방이나 차량의 동력원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태양광 입사각도 등에 따라 효율이 민감하게 바뀌고,무거운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가볍고 유연한 물성(物性)도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장점으로 꼽힌다.

계 대표는 "염료감응 태양전지가 본격 상용화되면 노트북 등 IT제품의 휴대용 충전기는 물론 의류 레저산업 등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현재 4~5% 수준인 효율을 높이는 것이 솔라시스 등 관련 업계의 숙제다. 효율이란 빛에서 받아들인 광자를 전기화하는 능력으로,효율이 9%이면 광자 100개 중 9개가 전기로 생산된다는 얘기다.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의 효율은 14% 수준이다.

계 대표는 "이번에 개발한 화학적 안테나를 첨가한 염료화합물은 기존 태양전지용 염료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솔라시스는 새로운 염료화합물 설계 및 합성방법과 관련해 미국 등에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